하이마트 "일전불사"…유진그룹과 경영권 갈등 심화

유진기업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하이마트가 '일전불사'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유진기업이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6.9%를 콜옵션으로 인수키로 하자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 하이마트 창업자 vs 대주주 경영권 분쟁 점화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영권 분쟁은 대주주 유진기업과 창업주이자 2대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 2007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후, 지난 6월 29일 하이마트가 상장하기 전까지 경영에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올라서면서 경영에도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하이마트와 유진그룹 간의 갈등은 유진그룹이 콜옵션 행사로 지분을 추가키로 하면서 더 증폭됐다.유진그룹은 약 2년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 두 곳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이 중 한 곳의 물량은 시중에 이미 나왔지만, HMQ가 차지하고 있는 지분 6.9%를 추가하려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유진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31.3%이며, 선종구 회장과 우호지분의 합은 약 28%다. 따라서 이번 콜옵션 행사여부가 결정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콜옵션 행사기한이 다음달 까지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진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약 70%의 주주 가치를 침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하이마트 관계자는 "유진그룹 측은 지난 2009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매달 4억원, 연간 48억원의 유진 CI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며 "올해에는 CI 사용료를 68억원이나 요구해 올 1월부터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올 6월에는 상장을 위해 하이마트도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또 유진기업 CI 사용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드는데다 무엇보다도 명분없는 자금사용은 70%에 달하는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종구 회장도 전날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진그룹이 약 70%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또 상장시 임직원도 100% 청약을 했지만 이 약속을 깨면서까지 경영 참여를 위한 임시주총과 이사회 개최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등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FI 향방이 관건…양측 지분대결 불가피할 듯

하이마트 대주주와 창업자간 대립이 정점에 치달으면서 무엇보다도 향후 FI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FI 움직임은 하이마트 측에 불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진그룹 측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FI는 유진에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 회장은 장내에서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FI와 관련한 물량이 블록딜(대량매매)로 나올 것이란 점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상황"이라며 "선 회장이 이를 취득하거나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하이마트 사태를 지켜보는 증권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진그룹의 본래 신용등급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 하이마트 상장으로 인해 등급이 올라갔다"며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도 하이마트에 연말 배당 압력을 가하면서 경영권을 쥐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전했다.그는 "유진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70%가 하이마트에서 나온다"며 "선 회장은 하이마트 창업자로 회사를 잘 이끌어왔는데 이번 일로 인해 회사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