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집중분석] 공짜냐 유료냐…모바일 인터넷전화 '갈림길'

김광현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시민단체
"mVoIP 이용제한은 부당"…공정위에 SKT·KT 고발

통신사
거액 들인 網…무임승차 안돼,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지금처럼 무제한요금제 가입자들만 이용하도록 제한하는 게 옳은가.

SK텔레콤과 KT가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진보네트워크가 23일 양사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했다. 업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오래 전부터 조정과 조율이 필요했던 사안이었던 만큼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할 시점이라는 반응이다. ◆첨예한 대립

모바일 인터넷전화란 폰-기지국 구간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되 전화국-전화국 구간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해 비용을 대폭 낮춘 음성통화 서비스를 말한다. 마이피플(다음커뮤니케이션),스카이프,바이버 등이 대표적이다. 마이피플의 경우 이통사들이 월정액 5만4000원 이상의 무제한요금제 가입자만 이용하도록 제한해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통사들이 망을 보유하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음성전화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사의 모바일 인터넷전화 사용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정액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월 5만4000원 미만 요금제 가입자는 무료 내지 저렴한 요금으로 음성통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영상통화나 영상회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는 것.반면 SK텔레콤과 KT는 자신들이 거액을 들여 구축한 망을 모바일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적정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무임승차라고 주장한다. 음성통화라고 해도 트래픽을 유발하기 때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한 관계자는 "유선 인터넷전화도 회선당 월 950원의 대가를 내는데 무선만 공짜로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또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은 수익자부담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어떤 묘안 낼까

이처럼 망 사용 대가를 놓고 양측이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마이피플의 경우 주소록에 있는 친구 중 일부만 인터넷전화로 통화할 수 있어 앱(응용프로그램)을 깔아놓고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용자가 300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의 경우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다. 소관 부처인 방통위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포함해 망중립성 전반에 관한 검토를 벌이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가 구축한 망이라도 다른 사업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이용하도록 하는 원칙을 일컫는다. 방통위는 연내에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로 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다만 "올해는 기본방향만 잡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인터넷전화만 놓고 보든,망중립성 전체로 놓고 보든 이 문제는 고민스런 대목이 많다. 망 이용 사업자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20일 하원에서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차단 또는 추가요금을 받거나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로 제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망중립성 방안이 통과된 후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요금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야 어떻든 방통위가 시간을 끄는 동안 값싼 인터넷전화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불만만 커지고 있다.

김광현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