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한달여만에 1800선 붕괴…외인 닷새째 '팔자'

국내 증시가 유럽 재정위기 우려와 미국 경기 불안이 가중되면서 하루 만에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 넘게 급락하면서 한달여 만에 1800선이 깨졌다. 코스닥지수도 3% 이상 밀려 490선으로 후퇴했다.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18포인트(2.36%) 급락한 1783.10으로 장을 마쳤다.

22일(현지시간) 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 상승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실망 여파로 미국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혼조를 나타냈다. 벨기에가 지난달 프랑스와 합의한 덱시아 금융그룹 구제 방안에 대해 프랑스에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재차 고조됐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내림세로 장을 출발한 후 외국인과 기관, 프로그램 매물에 점차 낙폭을 확대하면서 1800선을 넘어 1780선대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에서 장을 마친 것은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닷새째 '팔자' 기조를 이어가 42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관은 장 후반 유입된 연기금(808억원 순매수) 매수세 덕에 매도 우위 규모를 대폭 줄여 9억원 순매도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372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프로그램 매물도 점차 덩치를 불려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차익거래는 2490억원, 비차익거래의 경우 324억원 순매도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2814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

전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 의약품 업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타격이 우려되면서 3.18% 급락했다. 기계, 전기전자, 증권, 철강금속 등도 3% 넘게 밀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하락한 상황에서 유통, 통신 등 일부 경기방어주들이 상승세를 보였다. 3% 넘게 뛴 현대백화점과 함께 롯데쇼핑, 이마트 등 유통주가 올랐다. KT와 롯데칠성도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코스닥지수는 가까스로 490선에 턱걸이했다. 전날보다 15.20포인트(3.01%) 내린 490.49로 장을 마감했다.

오름세로 장을 출발했지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하락 반전했고, 낙폭을 점차 키워갔다.

외국인이 48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02억원, 33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급락장에서도 새내기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공모가 3만4000원의 두배인 6만8000원으로 시초가를 결정한 후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기존 엔터테인먼트주들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엔터주 내 종목 갈아타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엠이 장중 6만2000원까지 뛰어 최고가를 경신한 후 14.14% 급락 마감했다. JYP Ent., 키이스트, IHQ, 로엔 등이 10∼13% 밀렸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미국 경기 우려로 국내 증시가 당분간 부침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위기 봉합을 위해선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이 지속돼야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들과 같이 유럽 은행들의 파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발(發) 호재가 나올 때까지는 증시가 당분간 부침을 겪을 전망이어서 쉬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나흘째 상승해 1150원대로 올라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70원(0.58%) 뛴 115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정인지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