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내신 6등급 '규혁롬'ㆍ8등급 '곤충박사'…더 많은 '괴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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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서울 자양동 자양고 3학년 이규혁 군의 내신성적은 6등급이다. 하지만 지난달 2등급도 가기 어렵다는 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 수시 모집에 떡하니 합격했다. 스마트폰 최적화 프로그램 '규혁롬' 등을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창조형 국가로 가는 길 - (5) 창의인재양성소를 늘리자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 키운 상상력 가득한 '창고' 필요
이과 문과 구분 없애고 낙제·월반제 도입 등 기존틀 혁파 아이디어 시급
내신 8등급으로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에 합격한 춘천고 '곤충 박사' 차석호 군,국내외 로봇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으로 건국대 기계공학부에 뽑힌 '로봇 소년' 남영욱 군(울산 남창고) 등도 올해 입시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합격 스토리가 세간의 관심을 끌 때마다 한숨을 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괴짜'들이 명문대에 들어갔다는 게 아직도 화제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의 인재상이 그동안 얼마나 틀에 박혀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해 준다는 점에서다.
송성진 성균관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은 "21세기를 이끌 특출한 재능을 갖춘 인재들을 더이상 '괴짜' 취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들에게 '삽질'의 자유를이군이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만 4세 때.게임을 하는 수준이었지만 또래보다 더 집중했다. 7세 때 컴퓨터를 망가뜨렸다가 되살리는 게 '바이러스'와 '백신'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이군은 그때부터 스스로 컴퓨터를 망가뜨렸다 고치길 반복하는 '삽질'에 빠져들었다.
이군은 "그냥 아는 명령어를 일단 넣어본 뒤 에러가 나면 왜 났는지 알아낼 때까지 '무한반복'을 하며 컴퓨터를 깨우쳤다"며 "휴대폰을 연구할 때도 '기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심정으로 분해와 조립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하나 하나 깨우치는 재미에 지겨운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선 이군이 그랬던 것처럼 '좋아하는 일에 끝없이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능 점수로 60만 수험생을 일렬로 줄세우는 현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21세기 지식사회에서 한국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가치를 정답으로 판단하는 틀에 박힌 가치관을 깨고 학생들이 마음껏 실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직 하우스'를 만들자
고(故)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와 래리 엘리슨.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이라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업체를 모두 창고에서 창업한 것.이들뿐이 아니다. 미국의 벤처기업 가운데는 유난히 창고에서 시작한 기업들이 많다. 창고와 창업은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아이들은 대부분 오래된 기계나 자동차,전자제품과 온갖 연장이 갖춰진 창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것 저것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상상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아파트 위주 주거문화 탓에 제대로 된 창고를 구경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들도 문방구에서 파는 키트로 해결하기 일쑤다.
현수 수원하이텍고 교장(마이스터고 교장협의회장)은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든 마을 단위든 창고 역할을 해주는 '매직 하우스'를 설치해야 한다"며 "창의성은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 · 고교 5년제 통합 의견도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여유'와 '성찰'이 우리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독일처럼 고등학교 2학년 때 '안식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 일반계 고등학교 11학년 과정은 1년 동안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복습만 한다. 성적이 뛰어난 일부 학생은 대학에 가서 미리 학점을 따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이 시간을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창의적 인재 양산을 위해 현행 교육제도가 개선돼야 할 방향으로 △고등학교 문 · 이과 구분 철폐 △중 · 고교 5년제 통합 △낙제와 월반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김정흠 UST(과학기술연합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창의성을 키우는 데는 문과적인 소양과 이과적인 재능의 융합이 필수적"이라며 "대학에서도 심도 있는 교양과목을 더욱 많이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중 · 고교 과정을 압축하고 낙제와 월반을 시행해야 대학 진학률 80%라는 기형적인 구조가 사라질 것"이라며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게 하는 등 각자의 재능을 조금 더 빨리 발현할 수 있어야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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