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床異夢 동업'이 화근…30일 주총서 사활 건 '표대결'

뉴스 인사이드 - 경영권 분쟁 격화 하이마트에 무슨 일이…

권리행사 나선 유진그룹
"최대주주 책임경영은 당연"…주총 안건은 '대표이사 改任', 사실상 선 회장에 퇴임 요구

버티는 선종구 회장
"최소 7년 경영보장 약속 깨"…사원주주 직원들 지지 얻어 일반주주 위임장 확보 총력
국내 최대 전자제품 판매업체 하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2대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간 경영권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폭로·비방전으로 번졌던 경영권 다툼은 이제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유진그룹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맞서 하이마트 측은 집단 사표 및 주식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뽑아들었다. 이번 분쟁은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주총 결과에 상관 없이 장기전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불안한 동거가 화근유진그룹은 2007년 말 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로부터 1조9500억원을 주고 하이마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유진그룹과 하이마트 창업멤버인 선종구 회장은 유진하이마트홀딩스를 설립하고, 지분을 양측이 각각 85.2%와 14.8%로 나눠가졌다. 인수금융이 마무리된 뒤 유진하이마트홀딩스와 하이마트를 합병했다.

이후 그룹 경영사정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농협 신한은행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3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유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유진기업의 하이마트 지분은 31.34%로 낮아졌다. 유진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재무적투자자 지분 6.9%,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 1.06% 등을 포함하면 유진그룹 지분은 39.3%다. 반면 선 회장 측 지분은 27.6%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선 회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인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룹 재무사정이 급격히 악화돼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도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하이마트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5월 유진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졸업하면서 하이마트 경영에 눈을 돌리게 됐고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동업자에서 원수로동업자로 출발했던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불화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6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고 나서였다. 당시 유진그룹 측은 “최대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영권 침해 위협을 느낀 선 회장은 유 회장에게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를 요구했다가 다시 단독대표를 고집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 와중에 유진 측이 재무적투자자의 콜옵션 행사를 추진한 것이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급기야 “유진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 등 선 회장의 돌출발언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양측의 폭로전이 본격화됐다. 유진 측은 “배임행위나 다름없다”며 날을 세웠고 급기야는 30일 임시주총과 함께 열리는 임시이사회 안건에 ‘대표이사 개임(改任)’을 추가하며 선 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독자 경영 약속 여부가 쟁점으로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독자 경영’ 확약 여부다. 유진이 최대주주이지만 유통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만큼 선 회장에게 하이마트 경영을 맡기는 조건으로 하이마트를 공동 인수했는지 여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선 회장과 하이마트 측은 “유 회장이 독자 경영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진 측은 “경영권 행사는 최대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며 2대주주가 경영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이마트 측은 3년 전 인수 당시 유 회장이 선 회장에게 최소 7년 이상 경영을 맡기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진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하고 “경영권 이양을 조건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바보가 어디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임시주총이 고비될 듯봉합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양측 간 갈등은 임시주총에서 표대결로 결판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분율로 따지면 선 회장 측이 일단 불리한 형국이다. 기관투자가 가운데 미래에셋(지분율 0.38%), 신한BNP파리바(0.56%), 세이에셋(0.01%) 등은 유진 편을 들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1.7%)과 칸서스자산운용(0.28%)은 선 회장 편에 섰다. 일단 유진그룹은 40.25%, 선 회장 측은 29.58%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유진 측은 최대주주가 하이마트 경영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 표명에 기관투자가 일반주주 등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하이마트는 직원까지 모두 나서 총력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영태/조미현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