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통일'로 빈병 재사용 확 늘었네
입력
수정
공용화 시행 2년 만에 재사용률 92% 넘어‘소주병 공용화’ 시행 이후 소주 빈병을 다시 사용하는 재사용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주병 공용화는 소주업체들이 소주병을 동일한 형태로 만들어 공동으로 재사용하는 것이다. 2009년 6월 소주 7개사가 협약을 맺고 그해 10월부터 본격 시행됐으며, 지난해 3월 보해 무학 금복주 등 3개사가 추가로 협약을 맺어 국내에서 소주를 제조하는 10개사 모두 참여하고 있다.
10社 참여…환경보호·비용절감 '일석이조'
25일 한국용기순환협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소주 10개사의 소주 빈병 재사용률은 지난해 92.37%로 2009년 91.90%에서 0.47%포인트 증가했다. 2006년 88.01%, 2007년 88.46%, 2008년 90.32%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한 데 이어 공용화 시행을 계기로 재사용률 오름폭이 커졌다. 재사용률은 연간 회수된 빈병 중에서 살균, 세척 과정을 거친 후 원형 그대로 재사용된 병의 비중을 의미한다. 박연수 용기순환협회 부회장(사진)은 “연간 재사용되지 않고 파쇄되는 빈병 수도 2008년 2억6548만병에서 2009년 2억1476만병, 지난해 1억9760만병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공용화 이후 재사용률이 높아진 데 대해 소주업체가 회수한 다른 회사의 빈병을 선별하고 이송하는 과정에서 파손되는 빈병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주업체가 회수한 타사의 빈병이 공용화 규격에 맞춘 병이라면 선별·이송 과정이 필요없게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재사용할 수 없는 병은 이송 과정에서 깨지거나 금이 가 파손된 병이 대부분”이라며 “공용화에 따라 선별·이송 작업이 줄어들어 그만큼 파손된 병도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주업체들은 공용화 정착으로 공용병의 사용비율이 높아질수록 재사용되는 병 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용기순환협회는 소주병의 재사용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맥주(92~94%)나 공용화를 일찌감치 시작한 일본(94%)과 캐나다(96%), 핀란드(98%) 등 환경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유리병의 연간 출고량은 소주병 29억~30억병, 맥주병 19억~20억병, 기타 주류·음료수병 5억~6억병 등 약 55억병이다.소주병의 재사용률을 높이면 그만큼 국내 전체 유리병의 재사용률도 높아져 재사용에 따른 환경보호와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빈 유리병의 재사용률이 연간 1%포인트만 증가해도 1만110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68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소주병 등 유리병의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대형마트 등과 함께 용기순환센터 건립, 빈병 보증금 환불센터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담배꽁초 등 이물질이 들어간 소주병은 세척과정에서 오염 우려가 있어 무조건 파쇄해야 한다”며 “‘빈병 이물질 넣지 않기’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재사용률을 높일 수 있는 캠페인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