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경영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

위겟 라벨르 국제투명성기구 회장
“정부뿐 아니라 기업 모두 투명성이 이 시대의 새로운 통화(currency)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위겟 라벨르 국제투명성기구 회장(사진)은 25일 “사람들이 점점 더 긴밀히 연결되고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부와 기업에 대한 감시와 정보교환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라벨르 회장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주최로 최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콘퍼런스 2011’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UNGC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00년 전 세계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협약이다.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4대 분야 10대 원칙으로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198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UNGC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라벨르 회장은 “한국 기업이 유엔글로벌콤팩트에 참여해 10대 원칙을 지키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윤 추구가 함께 가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라벨르 회장은 “CSR를 강화했을 때 소비자뿐 아니라 직원 및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되는 사례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 투자자들은 기업의 CSR 활동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벨르 회장은 CSR 활동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CSR은 추가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리더십이 어떠한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또 “만약 한 공장이 강을 오염시키는 걸 직원이 누설하고 지역 사회가 알게 된다면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조금의 비용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는 또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국가투명성지수(CPI)를 발표한다. 정치를 포함, 공공부문에 부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인식되는 정도를 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긴 것이다. 지난해에는 178개국을 대상으로 세계은행, 세계경제포럼, 국제경영개발원 등 10개 기관에서 조사한 13개 자료를 토대로 점수를 산정했다. 한국의 CPI는 5.4로,전년(5.5)보다 하락했다. 올해 CPI는 이달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라벨르 회장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분야에서 인터넷을 활용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은 물론 입찰과정에서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