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출연硏, 정권ㆍ장관에 영향받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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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前 과기처 장관“연구·개발(R&D)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 장관직을 맡으니 부처에서 출연연이, R&D가 제대로 흘러갈 수 있겠습니까.”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75·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위원장·사진)은 27일 출연연 구조개편 작업 중단 등 최근 과학기술계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김 전 장관은 “현재의 혼란은 과학기술부 폐지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된 과기부를 갑자기 없앤 것은 정말 의외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40년 동안 과기부 산하에 있던 출연연을 찢어 개별 부처에 분산시킨 것을 두고 이제 와 잘잘못을 가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거버넌스가 바뀌었으면 그것이 제대로 잘 작동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거나 부처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미국 일본 독일 등과 같이 출연연구원장 임기를 10~15년까지 장기간 보장하고 사명이 무거운 국가 프로젝트를 정권 교체나 장관 교체와 상관 없이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이 출연연이 부처별로 발주하는 수많은 소규모 과제들을 수행하고, 부처가 임명하는 임기 3년의 ‘무늬만 공모’인 연구원장 체제로는 장기적인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김 전 장관은 또 R&D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그는 “R&D 자금은 상당히 늘었지만 효율은 다른 문제”라며 “NBIT(나노바이오정보융합기술)로드맵 등 비현실적인 미사여구만 늘어놓지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중기·단기 과제를 확실히 가려 중립적으로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치적·행정적 이유로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전 장관은 1990~1993년 재직 당시 ‘국가발전의 원천기술은 과학기술’이라는 개념을 공직사회에 확산시키고 연구분야별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