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내년 증시 예측의 최대敵…'루비니-파버-미첼 함정'

정확한 미래전망, 생존관건…내년 기초분석에 충실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특히 최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힘들어졌다.

정확한 미래 예측이 전제가 돼야 하는 사회다.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더 그렇다.미래에 대비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경제주체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세계 속에서의 기업과 금융회사의 위치 파악과 지향할 미래상에 대한 방향 설정은 나침판과도 같은 존재다.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만큼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그리스 신화의 태양신인 아폴로가 미래를 통찰하고 신탁을 했다는 ‘델피의 신전’에서 유래된 ‘델파이기법(delphi technique)’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설문을 통해 의견을 수집·교환함으로써 제시된 의견을 발전시켜 나가는 예측 방법이다.

‘트렌드 분석(trend analysis)’은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자료 또는 추세에 근거해 다가올 미래사회 변화의 모습을 투사하는 방법이다.일련의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추세를 예측할 수 있으며 수학적·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한다.경제 성장,인구 증감,에너지 소비량,주가 등 가격변수를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직관적 예측(intuitive forecasting)’은 주관적 판단에 입각해 미래를 추측하는 방법이다.추측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해 미래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며 추측의 기초는 예측자의 통찰력,창조적 지각력,내면의 숨은 지식 등 직관력으로부터 나온다.예측의 결과에는 예측자 자신의 목표,신념,선입견,편견,의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자유토론 기법(brainstorming)’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주고받는 가운데 미래에 관한 전망을 종합해 내는 기법이다.연구 초기에 전반적인 상황을 조망하고 주제를 구체화하거나 과제를 추출하는 단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주기적 모임을 통해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해 전략을 수립한다.

미래예측기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시나리오(scenario) 기법’은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해 각각의 전개 과정을 추정하는 기법이다.미래의 가상적 상황에 대한 단편적 예측이 아니라 복수의 미래를 예측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나타날 문제점 등을 예상해 보는 방법이다.

각종 예측 시 함정도 많다.트렌드 분석에 따른 함정을 비롯해 △심리적 편향에 따른 함정 △고정관념 함정 △자기 과신 함정 △기억력 함정 △신중함의 함정 △증거확인 함정 등 이른바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이 대표적이다.금융위기 이후 주가 상승률이 100%가 넘는 커다란 투자 기회를 잃게 한 것을 비꼬는 용어이긴 하지만 많은 교훈을 함축하고 있다.1년 전 각종 증시포럼에서 올해 증시를 보는 눈은 낙관론이 유난히 많았다.3년 전 비관론자들이 7대 함정에 빠져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투자자에게는 낙관론으로의 쏠림보다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었다.

‘루비니-파버 함정’ 이외에도 내년 주가 예측에서 우려되는 것은 ‘낙관론의 위기(crisis of optimism)’ 뒤에 이어지는 ‘비관론의 오류(error of pessimism)’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은 위기에 봉착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더 문제인 것은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는 점이다.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이 때문에 그동안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이번에는 또 다른 흥분 상태로 비관론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각종 예측을 쉽게 믿을 수 없는 요즘과 같은 때일수록 모든 경제주체들은 기본,특히 투자자는 기초여건에 충실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부화뇌동할수록 투자 결과는 안 좋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경기까지 빨리 침체시킨다.경기와 주가는 궁극적으로 그 나라 국민과 투자자가 만드는 것이라는 격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매년 이맘때다.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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