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 밥상…한국인 먹거리 바뀌었다

인사이드 Stroy - 금융위기 3년…식탁에 무슨 일이
지난 3년간 한국인의 밥상과 먹거리는 무엇에 영향을 받아 어떻게 변했을까. 정답은 건강, 고물가, 싱글족의 증가다. 건강을 우선하면서도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밥상 위에선 시간과 돈도 중요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변화 패턴을 웰빙(well-being), 고물가(inflation), 싱글(single), 간편한(easy)으로 분류하고 ‘똑똑한(W.I.S.E) 메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만든 말이지만 커피 대신 차를 마시고, 비싸진 돼지고기 대신 수입 쇠고기를 선택하는 밥상의 변화는 ‘WISE 메뉴’에 설득력을 더한다.대한상의는 시장조사회사 닐슨컴퍼니의 소비자 패널자료를 토대로 전국 가정주부 3000명의 ‘글로벌 금융위기 3년, 장바구니 동향’을 분석해 28일 발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웰빙 추세다. 지난 3년간 웰빙음료로 각광받았던 홍초, 흑초 같은 건강식 식초음료 소비는 무려 112.2% 증가했다. 커피(0.1%)보다는 차음료(14.2%) 소비가 늘었고 무가당, 유기농 등 다양한 요구르트 제품도 7.1% 증가했다. 3·11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우려가 커지면서 생선 소비는 14.0% 줄었으나 ‘국내 연안에서 길러진 김은 안전하다’는 인식 덕분에 김 판매는 22.4%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이 몰고 온 식단의 변화도 뚜렷했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가격에 민감했다. 올여름 가격이 폭등한 돼지고기 소비는 1.8% 감소한 반면 쇠고기는 호주·미국산 소비 증가에 힘입어 8.1% 늘었다. 다만 주머니가 가벼운 20대 가정은 상대적으로 비싼 쇠고기를 9.0% 줄이는 대신 저렴한 닭고기(23.8%), 돼지고기(16.1%), 오리고기(3.2%) 소비를 늘렸다. 고물가로 외식을 줄이면서 맛소금(54.4%), 후추(11.8%), 참기름(9.3%) 등 조미료 소비가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음식을 집에서 직접 해먹는 ‘짠돌이’ 가정이 늘어나며 양념 소비도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당·밀 등의 수입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설탕과 밀가루 소비는 각각 8.2%, 27.0% 줄었다.

싱글족이 늘고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접목되며 간편식 시장은 크게 증가했다. 싱글족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즉석 밥, 즉석 죽 등 레토르트식품은 56.3%, 시리얼 판매도 35.6% 늘었다. 냉동·냉장식품 소비도 3.3% 소폭 증가했다.

이런 ‘똑똑한 식단’을 차린 주부들은 장을 보는 데 한 달 평균 23만4369원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년 전 22만1988원에 비해 5.5%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30, 40대 주부의 장바구니 지출은 각각 5.8%, 4.2% 줄었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된 50대는 먹거리 소비를 14.2% 늘렸다. 월소득 200만원 미만 가정은 식비 지출을 24.7% 줄이며 허리띠를 졸랐지만 500만원 이상 가구는 풍성한 식생활에 투자하며 14.5%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연봉 수억인데
컵라면·김밥으로 때워

의대생 아들에게
'낡은APT' 사줬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