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는 與 '공천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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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파·親李 "지도부 교체"…親朴 "공천 제3기구서 전담"한나라당이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에 휩싸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쇄신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결국 공천 문제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공천권 갈등은 29일 열리는 당 쇄신 연찬회에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공천권을 둘러싼 논의는 홍준표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와 박근혜 전 대표 역할론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쇄신파 일부와 친이(친이명박)계는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홍 대표 체제를 이어가되 박 전 대표가 공천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 대표 측근으로 이뤄진 당권파는 이러한 논의에 대해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친박계가 공천권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현 지도부를 인정하는 것은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홍 대표 체제가 자리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지금 박 전 대표 중심의 지도부가 들어서면 내년 총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 다만 당의 쇄신을 보여주기 위해 제3의 기구를 만들어 공천을 전담케 하자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친박계는 18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 학살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공천을 홍 대표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를 꺼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쇄신파와 친이계는 공천권을 조정하는 수준으로는 당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두언 의원은 “친박 쪽에서 나오는 지도부-공천권 분리 주장은 권한을 갖되 책임은 안 지겠다는 것”이라며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책임은 안 지겠다는 비겁한 입장”이라고 28일 비판했다.
또 “(박 전 대표는) 이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추월 당해 온갖 도전과 모색을 할 때인데 아직 홍 대표 체제 대안 부재를 말하는 등 부자 몸조심 모드”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 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한 쇄신파 의원은 “지도부를 교체하지 않고 공천권을 논의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직 쇄신에 관심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