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與예산증액 요구 수용…균형재정 '적신호'

내년 선거 앞두고 민생예산 증액 가닥…'부자증세'까지 이뤄지면 경제 더 타격
내년 예산 증액이 불가피해졌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서민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늘어나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까지 들고 나왔다.

나라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 경제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예산 증액 초읽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한나라당에서 요구한 서민예산 증액 부분과 함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문제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민생 예산과 관련해선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재조정하기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논의’라고 전제를 달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민생예산 증액 요구를 한나라당이 사실상 받아들였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326조1000억원이다. 국회 심사를 통해 복지 분야에서 1조~2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복지 예산을 증액하려는 것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민본21 등 한나라당 쇄신그룹과 내년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홍 대표에게 복지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 균형재정 물건너가나

정부는 내심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내년 세금수입은 당초 예산안을 짤 때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4.5%를 전제로 세수 예산을 짰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이 3.8%로 정부의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성장률은 최대 4.1%에 그친다. 예산 증액이 복지 분야에 집중된다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만으로도 내년 복지 예산은 92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28%가량을 차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와 내년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각각 25조원과 14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쓰는 돈이 늘어나면 이 대통령이 제시한 2013년 균형재정 달성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세까지 이뤄지면 경제 더 타격한나라당이 예산 증액의 전제로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홍 대표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검토해줄 것을 이 대통령에게 공식 요청했다.

문제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높아지면 고소득층의 사업·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활동 위축을 초래할 수 있고 탈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예정됐던 소득세 감세를 철회한 것도 모자라 곧바로 증세에 나서면 그 파장은 더 클 수 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 교수는 “경제가 비상시국이라고 할 지금 상황에서 증세를 통해 복지를 늘린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라며 “예산을 늘리더라도 성장동력 쪽에 더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여당까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휩쓸리면 큰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서욱진/김재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