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오바마 독트린

美, 아시아 영향력 강화 계획…아시아 평화 새 방안 모색을

휴 화이트 < 호주국립대 교수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2009년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놨다. ASEAN 회담 및 호주 방문 등 아시아 순방 길에서 그는 ‘오바마 독트린’이라고 불릴 만한 정책을 밝혔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난 수십년간 아시아에서 점해왔던 영향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항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배제한 미국 주도의 지역통합을 새로 구성할 계획도 내비쳤다. 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구상은 중국을 포함하지 않은 새로운 경제협력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호주에 미군 병력을 추가 배치키로 한 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한 전략적인 군사동맹의 강화를 시사하고 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그가 제시한 해법으로 중국을 설득해 도전을 포기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받아들이기를 희망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에 오바마 독트린을 강요할 것이다. 이는 매우 야심만만한 포부다. 과거 트루먼 대통령의 소련에 대한 봉쇄 정책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야심찬 계획이다.오바마 독트린을 트루먼 독트린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바마 독트린은 봉쇄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목표는 중국 주변국과 경제적·전략적 동맹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에 대항하는 것이다. 오바마 독트린엔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전략지정학·정치학적인 측면에서 트루먼 독트린과 비슷하다.

오바마 독트린의 향배는 무엇보다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이 오바마 독트린을 그래도 받아들일 것이란 생각은 희망사항이다. 오바마 독트린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꺾이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가 맞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30년간 중국 사회주의 경제는 몰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매년 10%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중국은 오바마 독트린에 반격을 가할 것이며 미국은 이에 맞설 것이다. 만약 아시아에서 중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을 미국이 봐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위험을 감수하고 오바마 독트린을 강행할 것이다. 이 같은 힘겨루기가 계속될 경우 특히 양국의 상호의존성은 약화되고 미국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대만과 스프래틀리 군도(난사군도)에서 군사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40년간 경쟁자 없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미국은 중국이란 경쟁자가 내키지 않겠지만 서로 힘의 균형을 이루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오바마 독트린은 심각한 실수다. 미국은 한발 물러서서 중국과 아시아 시대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글은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가 ‘오바마 독트린(The Obama Doctrine)’이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