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이제부터다…(5·끝) 한·중 FTA 서두를 일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에서 비준되자 다음 상대국은 어느 나라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중·일 3국 정상은 최근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3국간 FTA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3국 FTA는 쉽지 않다. 양자 협상으로 보면 1순위 대상국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중단된 한·일 FTA 협상을 재개하기보다는 한·중 FTA 협상 개시가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견해는 다르다. 한·중 FTA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교역 규모만 1884억달러에 달했다. 한·미간 교역액의 두 배를 넘는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인 우리보다 중국이 FTA에 더 적극적이다. 특히 한·미 FTA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중국은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앉자며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국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루머까지 나돈다. 한·미 FTA에 이어 일본마저 미국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를 선언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중 FTA는 다른 FTA에 비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협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협상 개시 선언조차 하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양국간 민감한 분야들이 많다. 특히 우리에게는 농업이 무엇보다 큰 걱정이다. 산둥반도의 닭 울음소리가 인천 앞바다까지 들린다는 지리적 근접성 탓에 신선야채가 봇물처럼 밀려드는 상황부터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냉장형태 수입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농업을 빼고 시작하자면 처음부터 열세적 협상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이른바 ‘동북아 FTA 허브론’도 나오지만 그럴 듯한 명분보다는 냉정한 실리를 따지는 게 우선이다. 무턱대고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보다 사전에 민감한 부분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한 후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