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인터뷰 전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인터뷰>

만난 사람= 손희식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장▶이번에 인수하는 세네갈 수산회사(SNCDS)는 무엇이 장점입니까.“회사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태평양 위주였던 조업 근거지를 대서양으로 넓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세네갈은 자원이 비교적 풍부하고, 대서양을 접하고 있어 대개 유럽으로 수출을 합니다. 현재 스타키스트는 사모아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보급하고 있는데, 지리상 동부 지역으로는 거리가 멀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미국 동부 쪽에 공급할 제품은 아프리카에서 만들면 되겠다 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인수했습니다.”

▶아프리카 업체를 인수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세네갈 정부가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참치는 태평양에서 잡힌 것이 인도양과 대서양을 합한 것보다 많았는데 요샌 섬나라들이 못 잡게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작년부터 방침을 바꿔서 아프리카를 쭉 한번 돌아봤습니다. 아프리카를 제가 돌아다닌다 싶으니까 눈치 빠른 세네갈 대사관이 유치하려 찾아왔어요. 그쪽 정부가 대단히 적극적이어서 장관이 2번이나 왔고, 대통령도 직접 관심을 갖고 빨리 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적극적이면 잘 되지 않겠나 해서 접촉했고요. SNCDS의 참치캔 공장은 원료 조달이 안돼 장기간 운영을 잘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다른 업체도 있었겠지만 그들이 보기에 원료 조달, 생산, 영업 3박자를 갖춘 곳이 동원 외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영기업이라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고 그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재밌는 건 그 공장 근로자들이 ‘빨리 동원으로 넘겨서 일하게 해달라’고 데모까지 했대요. 인수하는 데 1년 정도 걸렸습니다.”▶세네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했는데도 1년이나 걸렸습니까.

“밑에서만 계속 하다가 단계가 올라가서 대통령까지 알게 되고 결단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죠. 최고위층의 결단이 없으면 이런 게 안 되는 거죠.”

▶인수 절차는 언제쯤 최종 완료됩니까.“지금도 공장이 돌아가고 있지만, 현지에 가서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하려면 한두 달 더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쪽에서는 저더러 빨리 좀 오라고 하지만, 오프닝 세리머니 할 때 새로 가려 합니다.”

▶세네갈 정부에서 약속한 조업권은 언제 받게 됩니까.

“배를 준비해서 신청하면 바로 줄 겁니다. 왜냐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게 어족자원 공급이 부족해서 그랬던 거니까요. 우릴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는 것 같습니다.”
▶2008년 인수한 스타키스트의 경영실적도 잘 개선시켰는데요. 기업을 인수할 때 주로 어떤 것을 봅니까.

“수산업을 우리가 오래 했기 때문에 대개 보면 어디에 허점이 있으니 어디를 보완하면 되겠다 하는 걸 아는 거죠. 그게 우리 노하우이자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거니까. 지금도 인수 제안이 여러 군데에서 들어오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지나치게 값이 비싸다’ 하면 안 합니다. 인수는 앞으로도 좀 더 하려 생각합니다.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외에도 유럽 등에서 다른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계속 들어와서 스터디(연구) 중입니다.”

▶검토 중인 회사들은 규모가 어느 정도 됩니까.

“이건(세네갈) 비교적 작은 겁니다.”


▶국민연금과 30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조성해 인수자금을 마련한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것(인수)에 대비해서 했고요. 현지에 들어가기로는 수산으로 들어가지만, 아프리카에 수산품 뿐 아니라 농장도 생각하고 있고, 물류나 냉장고 등도 생각하고 있고, 동원그룹은 건설업도 하고 있으니 종합적인 여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연내 또 대형 인수건이 성사될 수 있는 겁니까.

“연내에 되진 않을 거에요. 접촉은 하고 있지만 몇달씩 걸려서 하다가 깨지기도 하고…. 그 사람들도 사방에 다니며 어디가 좋은가 하고 있지 않겠어요? 서두르면 손해다 싶으니까 우리도 느긋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실사 과정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걸릴까요.

“정부가 관련돼 있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기업 인수는 길어도 6개월이면 끝나지요.”

▶정부와 동원그룹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 솔로몬제도에도 수산 관련 시설을 짓기 위해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솔로몬 같은 곳에선 ‘정부 대 정부’로 같이 합니다. 부두를 지어줘라, 냉장시설을 지어줘라, 이런 것이 필요하니까 개인 기업이 하긴 어렵습니다. 후진국 원조와 연결시켜서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나 다른 개발도상국도 그랬듯 솔로몬제도도 현지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2~3년을 내다보고 인내력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선진국처럼 계약을 했다고 향후 스케줄을 잡을 수가 없어요. 하다 보면 또 장관 바뀌고, 정권 바뀌고, 한 정권과 너무 깊숙이 관계를 맺으면 다음 정권에서 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변호사를 세워 하고 있고, 2~3년의 장기 프로젝트가 됩니다.”

▶수출입은행에선 얼마쯤 지원합니까.

“그렇게 큰 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세네갈) 건도 1년 이상 걸렸는데, 그건(솔로몬) 정부와 정부 간에 하는 것이니 오래 걸릴 겁니다.”

▶솔로몬제도에 투자하는 것도 수산자원 확보 차원이겠지요.

“솔로몬제도에는 현지에 직접 진출한다는 의미보다는 어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그러려면 투자를 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배를 투자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지만 부두를 만들어준다 하면 정부 아니면 안 되잖아요.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선 이런 투자를 엄청 많이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통 이쪽에 이걸 안해서 못했던 거죠. 지금이라도 조금 해줘야 확보가 되는 거니까….”

▶중국이나 일본 등은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해양수산 분야가 소외돼 있지 않습니까. 주무부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약하지요. 우리나라 원양어업이라는게 전체적으로 어렵지요.”

▶수산자원이 중요하다는 얘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쉽게 피부로 체감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렇죠. 바다가 인류 생활에 중요하지만, 바로 와닿는 것이 아니니까 못 느끼는 것과 비슷하죠. 그런데 수산자원은 앞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간 총 어획량이 1억t 정도 됩니다. 생활이 향상될수록 수산물을 많이 먹지 않습니까. 참치캔만 하더라도 1인당 소득이 2000달러 이상 돼야 먹는 식품입니다. 가난한 나라는 정어리나 먹지 참치는 못 먹거든요. 경제수준이 발전할수록 수산물과 단백질 수요는 불어납니다.”

▶중국 사람들도 참치캔을 먹기 시작했죠. 동원F&B가 중국 홈쇼핑에서 참치캔을 판매해 매진되는 실적을 냈고요.

“중국만 하더라도 예전엔 수산물 별로 안 먹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 나라에서 수산물을 제일 많이 소비합니다. 참치도 먹고 다 먹어요. 전체 생산량이 1억t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먹기 시작하면 수산물이 2015년에 5400만t 정도 모자랄거라고 학자들은 얘기합니다. 일본에선 2~3년 전부터 중국이 먹기 시작하면 본인들이 먹기 힘들어질 거란 얘기를 합니다. 예전엔 담수어만 먹었지 바다 물고긴 잘 안먹었지만, 앞으론 수요가 급속도로 불어날 겁니다. 이 때문에 참치도 엄청 비싸졌습니다. 우리도 빨리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동원그룹의 해외진출은 수산자원 확보 이외에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실 저희가 적극적으로 아프리카와 태평양에 진출하려는것은 수산자원 확보 차원도 있지만 다른 뜻도 있습니다. 우리가 빨리 세계화를 하려 하는데, 젊은이들이 외지로 나가게 하려면 그런 곳에 기지를 만들어서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에섭니다.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 다 살기엔 우리나라는 너무 좁거든요. 해외에 가서 경영을 배우면 수산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다 할수 있지요. 사모아나 가나 등에도 과거 우리 선원 가족으로 가서 정착한 사람들이 남아 상권을 크게 유지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수해서 세계 어디 붙여놔도 절대 지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계기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일자리 차원이든 수산자원 개발 차원이든,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어느 수준인가요.

“일본은 이제 잘 살게 돼서 그렇게 험한 데는 안 나가려고 해요. 우리나라 수산 수출이 잘 되는 이유도 일본 사람들은 과거에 제품을 선진국에만 팔았는데 우리는 이머징 마켓인 남미,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에 가리지 않고 갔기 때문입니다. 신흥시장 경기가 다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일본보다 우리 수출이 뻗어가는 거에요. 이건 수산도 마찬가집니다. 일본인들은 작년에 하버드대 간 사람이 하나 뿐일 정도로 외국에 안 가려 해요. ‘뭐하러 힘들게 외국 가냐’며 안 나가려 하지요. 그래서 우리가 유리합니다. 이럴 때 우리나라 사람들을 해외로 많이 보내서 퍼뜨려놓으면 그 사람들이 자리잡으면 데려갈 거 아닙니까. 원대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세네갈에도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가서 일할 수 있도록 하실 건가요.

“당연히 합니다. 현지에 생산시설도 있고 경영, 회계, 전기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니까요. 그 사람들(현지 근로자)을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고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다른 분야로도 여러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해외에 진출하는 기회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노동자들이 생산라인에도 투입되나요.

“국내에서 가는 사람들은 그런 싼 임금에는 못 하고요. 대신 경영을 배워야겠지요. 저희도 그렇습니다만, 한국 기업들이 자금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서로 대겠다고 할 정도라서 걱정이 없습니다. 수산분야에서 우리가 아쉬운 점은 사람이 없어요. 세네갈에선 프랑스어를 해야 하는데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계속 프랑스어를 포함해 각종 외국어를 가르치고, 통역 공부를 시키기 위해 양성하고 있습니다.”

▶외국어가 정말 중요하지요.

“어제 작년에 입사한 1년차 신입사원들 100여명을 만나 강연했는데 ‘적어도 영어는 기본이고 하나 더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술도 있어야 하고, 관리도 회계도 알아야 하고… 한 사람이 외국어와 기능 면에서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장시간 역설하고 왔습니다. 우리가 살 길은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여러 문제가 있지만 한마디로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거든요. 대학생이 이렇게 많이 나오면 수용할 길이 없잖습니까. 해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지요. 유태인은 전체 1700만명인데 3분의 2가 해외로 나가 있잖아요. 엊그제 레바논 얘기도 들어보니 본국에 사는사람이 400만명이고 해외에 1800만명이 산다고 합니다. 우리도 1000만명이 해외에 나가면 우리나라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신입사원 채용할 때 프랑스어권, 스페인어권, 포르투갈어권 학생들 고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영어를 보면 작년 우리회사 신입사원들의 평균 토익점수가 840점입니다. 옛날엔 금융기관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 영어 잘 하는 사람 없었잖아요. 이제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을 하나쯤 더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교육 시키는 중입니다.”

▶젊은이들이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계시죠.

“이제는 세계를 보고 살아야지 한국 안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 다 먹여 살릴 수가 없잖습니까. 식량자급률이 30%도 안 되고 에너지자급률은 2~3%밖에 안 되고 생명자원이라는 것도 절대 부족하잖아요. 이 안에서 아웅다웅 싸워봐야 사촌이 땅사면 배 아프다 얘기 나오잖아요. 기회만 있으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국가에선 우리도 해외 교민이 600만이니 적은건 아니지만 우수한 사람들이 나간 건 아니었잖습니까. 지금까진 해외로 나갔다 하더라도 종사자들이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이젠 적극적으로 나가서 경영자가 되고, 참여하고, 기여하고, 레바논이나 유태인들이 세계 경영하듯 우리도 세계 경영한다고 생각해야지 일자리 하나 얻는다 생각하면 안 됩니다. ‘거기서 5~10년 있다가 네 사업을 할 정도의 큰 꿈을 가지고 나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이 오히려 전성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후선으로 물러날 때인데, 물러나려 하고 있다가 아프리카 이런 것들 때문에…. 지금도 일들(일상적인 경영)은 다 현역들이 하고요. 저는 신규사업을 시작할 때 봐 주고 하지 제가 뛸 수는 없지요. 저는 실무는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정책 결정이나 상황 판단을 하지요.”

▶계열분리를 마친 금융 쪽은 잘해나가고 있습니까.

“다 그쪽에서 알아서 잘 하고 있고. 맡겨두고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최근 관심을 갖는 신규 사업이 있습니까.

“그쪽은 금융, 이쪽은 산업이지요. 최근 KAIST가 개발한 ‘온라인 전기자동차’라고 해서 길에다 전선 깔아놓고 차가 충전하며 가게 하는 것이 있는데, KAIST와 계약해서 프로젝트를 하나 출범했습니다. OLEV라고 해서 회사를 하나 차렸습니다.”

▶그룹의 모태인 식품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요.

“동원그룹은 식품 말고도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건설, 교육기자재, 통신장비 등도 이미 하고 있습니다. 교육기자재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할겁니다. KS마크가 교육기자재에 붙지 않을 때 저희가 도입한 것이니까요.”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 식품만으로도 식단을 차릴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참치를 시작했다가 김, 물, 김치, 밥, 햄 등으로 확대해 건강하게 식탁에 낼 수 있는 제품은 다 하고 있습니다. 바다에는 참치인데 육지에선 인삼이에요. 그 좋은 것을 한국인삼공사가 하고 있는데, 사실 인삼공사는 완전 민영화돼 외국인들이 주주지만 국민들은 예전 전매청 시절을 생각해 많이들 잘못 알고 있거든요. 이건 안되겠다, 우리가 한번 해보자 싶어 작년부터 시작해서 국민 건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온 참치, 육지에서 온 홍삼’이라는 것을 모토로 합니다. 우리 식품회사 슬로건은 ‘제일 큰 회사’가 아니라 ‘제일 좋은 식품회사’를 표방하고 있어요. 공장에선 ‘내가 먹는 식품을 우리 가족이 먹는다’고 다 써붙입니다. 우리 국민이 기본적으로 먹는 식품과 건강식품, 두 가지를 한다는 방침입니다.”

▶경쟁업체들은 식품기술을 활용해 바이오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는데, 동원의 새 성장동력은 무엇입니까.

“역시 건강식품 쪽이지요. 수산 부산물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국에서 파느냐 안 파느냐 했던 ‘박카스’에 들어있는 타우린 성분 같은 것도 원래 굴에서 뽑아내다가 대량 생산한 것이거든요. 일본 아지노모토의 ‘미원’ 같은 것도 미역이나 다시마에서 나오는 것이고요. 앞으로 수산식품에서도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갖춰지면 건강지향적으로 해보려 합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때문에 식품업계가 올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동원그룹은 콩나물, 두부는 해당이 없고 김, 김치를 좀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잘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양반김’이 일본에 가면 브랜드 값이 얼마나 비싼지 아십니까. 중소기업들이 하면 휘둘리지만 우린 다른 제품보다 더 비싸게 받습니다. 몇년 전 일본 회사가 ‘양반김’ 브랜드 가짜를 팔다가 우리가 잡아서 고소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 회사가 한국 제품을 카피해서 팔아먹는 제품은 양반김 말고는 없을 겁니다. 국제적인 브랜드와 신용이 있어야 하는 건데 중소사업자만 하도록 한다면 우리 스스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김치도 그래요. 제가 일본 슈퍼마켓에 가보니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 회장, 당신네들 김치 수출정책을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고요. 무슨 말인가 했더니 ‘스카치 위스키를 봐라. 스카치 사람들은 누구나 집에서 만드는 위스키다. 이걸 수출상품으로 키우면서 정부가 스카치 위스키를 붙일 수 있는 조건을 엄격히 규제해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느냐. 한국은 김치가 몇천년 된 문화상품인데 왜 아무나 만들어 일본에 와서 버러지 있다고 퇴짜맞고 이러느냐. 왜 정부가 그걸 못하느냐. 답답하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콩나물, 두부, 어묵 같이 국내에서 먹는 건 모르지만 수출의 여지가 있는 것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동원그룹은 수출할 수 있는 것 외엔 국내에선 그런 걸 안 하고 있습니다. 양반김은 국내에선 당연히 넘버 원이고, 일본에서도 글자는 못 읽어도 공항에서 엄청 사 가잖아요. 한동안 일본인들이 쿼터 제한을 해서 수입을 못하게 하니까 부산항과 연락선에 계속 지게꾼들이 진을 쳤어요. 왔다갔다 해도 몇배를 받으니 장사가 되니까요. 동반성장 아이템도 잘 따져봐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순수하게 중소기업과 국내에서 경쟁하는 품목은 안 할 겁니다. 식품사업을 하면서 긍지를 느끼는 것은 옛날에 가정에 반찬이 없고 할 때 동원참치가 얼마나 주부들을 편하게 했습니까.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도 손님이 갑자기 오면 쇠고기 장조림을 감춰놨다가 내놓곤 하셨는데 지금은 단백질 공급 면에서 풍부해졌지요. 김도 집에서 무쳐서 하려면 얼마나 힘듭니까. 즉석밥 쎈쿡도 3000기압으로 눌러서 소화가 부드럽게 잘 되도록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그런 성과를 만들었으니 앞으론 작은 부문에선 경쟁하지 않겠다는 거군요.

“국내에선 어느 정도 됐으니까 식품에서 더 경쟁할건 없고, 인삼 정도는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수출 네트워크도 있고 하니까요. 1935년 설립된 미국의 유명 비타민 건강기능식품 회사인 GNC의 한국 내 총판을 맡고 있는 점을 활용해 인삼과 홍삼을 포함한 기능성 식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식품에서는 현재 하고 있는 것 외에 이것저것 할 생각은 없고, 이젠 해외 식량자원 확보와 일자리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집중하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삼공사가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쉽지 않을 텐데요.

“저희는 막 시작했으니 1%입니다. 계속 좀 키워가려 합니다. 인삼이라는 게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먹으니 정관장이 많이 차지한 시장을 뚫는 데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인삼을 많이 재배하면 다른 작물보다 수입이 훨씬 많습니다. 인삼공사에서 오래 일했던 베테랑들을 영입해 우리한테 와 있고, 베테랑들을 데려왔거든요. 제품은 못지 않게 좋습니다. 대량 생산에 비해 우리는 천연건조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값은 무조건 거기(정관장)서 10% 싸게 팔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진이 남습니다.”

▶홍삼시장이 계속 커지다 올 하반기엔 경기가 끊겨서 그런지 주춤합니다.

“저는 계속 커진다고 봅니다. 중국 시장이 있고 세계 시장이 있으니까요. 아프리카 사람도 인삼을 잘 알아서 선물하면 좋아합니다. 중국사람들도 여기 왔다 가면 반드시 홍삼 선물합니다. 외국 인삼은 사포닌이 한국 것처럼 들어있지 않아요. 동원이 큰 회사는 아니지만 식품과 수산으로 시작했으니… 아까 말씀드린대로 수산, 농장, 거기에 따른 물류, 냉장고, 건축 이렇게 확장해가면서 해외에 많이 진출해서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일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게 저희의 방향입니다.”

▶10년 후 동원그룹의 모습은 어떨까요.

“글쎄요. 10년 후쯤에야 제가 있겠습니까… 국내에선 어느 정도 기반을 다졌으니까 해외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니 잘하면 2~3배 더 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겠지요. 국내에서 크게 키우기 보다는 해외에서 키우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치열해서 식품마진이 적은 데가 별로 없어요. 네슬레가 세계 1위 회사인데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시장에서 식품 이익이 제일 박하다고 해요. 그만큼 경쟁이 세기 때문에 해외사업에 힘을 실으려 합니다. 틈만 있으면 직원들에게 멀티플레이어가 돼서 해외 나갈 준비하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내년 경기는 어떨 것으로 보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의 기후가 우리나라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요. 태평양에서 태풍 오면, 북대서양에서 고기압 오면 변하듯, 경제도 똑같아요. 여기 앉아서 경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택도 없습니다. 기름 한방울 안 나고 에너지 자급률이 2~3%밖에 안 되는데, 세계를 보고 해야 해요.”

▶무역협회장도 오래 지내셨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FTA가 통과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는 GDP(국내총생산)의 80% 정도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일본보다 앞서 미국, 유럽연합(EU)와 했다는 건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양쪽 날개 달고 날아야죠. 미국과 FTA를 함으로써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와 더 하자고 할 것이고, 우리나라는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을 겁니다.”

▶FTA 이후 정책적으로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일방적 지원보다는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키워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요.

“그렇죠. 무조건 약자를 도와주는게 선이냐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피해보는 곳에 보상을 해 주고 잘 해나가도록 해야지요. 그런데 우리가 칠레랑 FTA할 때도 피해 농민들이 있다고 했지만 별 피해 없잖습니까. 미국에서 이미 엄청난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밀가루, 사료 같은 것들은 우리가 돈주고 사오지만 오히려 그 사람들이 안 팔면 우리가 큰일납니다. 얼마나 많이 수입하냐면 우리가 사료도 1300만톤 수입하거든요. 우리나라 쌀 전체 생산이 제일 많이 할 때가 450만톤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사료곡물을 1300만톤 하니까 얼마나 많이 수입하는 것입니까. 그외에도 곡물과 밀가루도 거기서 많이 수입하죠. 이미 미국이 사실상 ‘세계의 식량창고’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농산물 왕창 들어올거 별로 없어요. 이미 들어오고 있습니다. 중국도 미국서 많이 들여옵니다.”

▶도전하고 개척하는 젊은시절을 보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요즘 젊은이들은 등록금이나 취업 문제 등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젊은이들이 좀더 역사적 인식을 갖고 세계로 나가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한국인은 우수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 가서 부딪쳐도 지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대학 졸업생과 취업자가 제일 많습니다. 여기 우리 건물에 와 있는 신입사원들도 다 대학 출신이에요. 사실 저는 보기 딱하거든요. 젊은이들이 학비가 비싸다 이런 것들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속에 얼마나 불만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비 싸게 해서 대학생 양산하는게 능사는 아니고, 일자리 많이 만드는게 능사입니다. 일자리는 해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IQ가 유대인보다 훨씬 높잖아요. 실용영어 가르치고, 경영 가르치고, 세계 나가서 활동하게 해야 해요. 국내에서 아무리 싸워봐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잖습니까. 젊은이들도 역사인식을 스스로 가져야 합니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지난 50년간 GDP가 400배 불어났고 1인당 GDP가 250배로 불어난 것은 유례없는 사실 아닙니까. 그런데도 현실이 잘못됐다고만 한다면 뭐가 생기겠어요. 과거에 대한 기억력과 판단력, 미래에 대한 상상력, 이런 걸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으로 갖춰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앉아서 데모한다고 해결될 문제 하나도 없잖아요. 잘못하면 우리도 그리스처럼 되지 않겠어요. 자기문제 자기가 해결한다 생각하고 뛰면 됩니다. 저는 대학 나와 처음 배 타려 할 때도 1년간 무보수로 탔어요. 그때는 ‘일만 좀 하게 해주십시오’ 그런 시절이었잖습니까. 지금 외국인 노동자가 40만~50만명 들어와 있는 것도 ‘3D 업종’ 안하려 하니까 들어와 있는 거죠. 사실상 세계를 움직이고 요소를 잘 잡고 있는 유대인처럼, 우리나라 사람들 졸업시켜 내보내면 절대 못할 일 없거든요. 우리같이 기업하는 사람들도 내보내고 해야 합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한 것도 인도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 가서 일하면서 계속 일자리 생기면 후배 불러오고, 돌아가서 본국 가면 벤처사업 하고, 정보가 빠르니까 소프트웨어가 발전한 거잖아요. 제가 이쪽 일을 해보니까 공장 운영하고 생산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최고입니다. 가르쳐서 내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여기서 학비 좀 싸게 해주겠다, 인턴 좀 더 쓰게 해주겠다, 난 그건 미봉책이라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한다면 ‘이제는 세계로 나가서 경쟁하려고 생각하라, 얼마든 우수한 자질이니 할 수 있다’고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농촌에 쓰는 돈 1%라도 해외에 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호주, 남미, 아프리카 어느 곳이든 땅을 사서 우리 젊은이들 가서 농사 짓게 하고 우리가 사 올 수도 있습니다. 틀림없이 식량파동이 올 것이기 때문에 식량확보 차원에서 그런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 땅이 세계에 엄청 많아요. 저희도 농장을 몇십 헥타르 샀지만 가서 할 사람이 없는 거에요.”

▶후배 기업인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너무 단기적인 안목보다는 길게 보라는 것입니다. 제가 1969년에 사업을 시작해 4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어느 기업이 잘 된다고 막 신문에 나고 그러면 몇년 뒤에는 망했다고 나오더라고요. 단기 승부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기업이라는 건 장기적으로 보고 해야지 단기적으로 보는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뭐니 해도 정직성과 신용이 바탕이 돼야 해요. 오늘날 제일 중요한 덕목이 정직성이란 생각이 듭니다.”

정리=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