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친환경 전복통조림' 美에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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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산업, FTA는 기회다 - (2)식품도 과학이다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 홈쇼핑회사 상품기획자(MD)들은 지난 27일 한국에 들어온 뒤 6시간을 꼬박 달려 전남 완도로 갔다. (주)씨푸드의 주력 상품인 전복 통조림이 생산되는 과정을 꼼꼼히 지켜본 이들은 내년부터 전복 통조림과 전복죽, 전복 선물세트 등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 편중된 씨푸드의 수출국이 미국으로 확대된 것이다.
금속캔에 활전복 담은 기술 덕…기능성 식품 개발에 투자해야
정부 "R&D 예산 더 늘릴 것"
씨푸드가 해외 바이어들을 만족시킨 건 독보적인 전복 통조림 생산기술 덕분이다. 이 회사는 2009년 국내에서 처음 활전복을 금속캔에 담아 2~3년 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9월엔 세계 처음으로 유아 젖병 소재로 쓰이는 친환경 폴리프로필렌(PP)을 사용한 전복 통조림을 선보였다. 이윤아 씨푸드 완도공장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수출길이 열렸다”며 “올 들어 완도공장의 수출액이 500만달러 정도인데 2년 뒤에는 10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이 선점하고 있는 세계 식품시장에 국내 식품기업들이 뛰어들려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식품기술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내 식품산업의 연구ㆍ개발(R&D) 수준이 선진국의 30~65%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영세해 R&D 투자가 제대로 안된 탓이다. 2009년 기준 식품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규모는 0.57%로 제조업 평균치(2.5%)를 크게 밑돈다. 정부의 식품 관련 R&D 예산 규모도 올해 1380억원에 불과하다.
식품기술 수준이 떨어지다보니 ‘무역 1조달러’ 시대에도 가공식품 수출액은 올 들어 31억달러에 그쳤다. 제프 벨레어스 제너럴밀스 선임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의 제조업 기술은 뛰어난데 식품산업에서는 기술적인 부분들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세계 인구 규모와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건강하고 편리한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세계 일류 식품기업들은 맛과 영양은 물론 기능성과 안전성까지 두루 갖춘 식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예컨대 유기농 유가공제품을 생산하는 덴마크 아이에스프라스카로는 자작나무와 해조류 추출물을 이용해 당뇨와 암환자, 운동선수, 성장기 어린이에 적합한 기능성 아이스크림을 개발해 연 10억유로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정부도 식품산업 기술을 2017년에는 선진국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R&D 예산을 4063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투자 분야도 △식품안전·품질관리 △식품원료와 소재 △식품가공 △식품유통과 서비스 등 4개 분야 18개 과제로 세분화돼 있다.
홍석인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원은 “식품기업의 90%는 중소기업”이라며 “스스로 투자할 능력이 부족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도=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공동기획 : 한경 · 농림수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