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정렬 판사, 개그맨은 아무나 하나

현직 중견 판사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비난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대법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자 이번엔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가 최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여기에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이 가세하면서 사법부 내 이념 갈등 조짐마저 일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행동이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는 것은 법관이라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중립성을 벗어났다는 판단에서다. 법관윤리강령에는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과 함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와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해 법관 자신의 판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표한 것은 당연히 윤리강령을 어긴 것으로 봐야 한다. 이들이 한·미 FTA와 관련된 재판을 맡는다면 과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SNS를 마냥 사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SNS는 사적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소위 친구나 팔로어 자체가 불특정 다수이고, 친구나 팔로어가 많을수록 전파력도 커지는 만큼 공적 영역이라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몇 사람과 소곤거리는 정도라고 해도 그 대화의 주체가 공인이고 언제든지 공개될 수 있는 SNS를 통해서였다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들 두 판사의 SNS 친구나 팔로어는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30명 수준에서 2만명 이상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사적공간 논쟁은 무의미할 뿐이다.

이 부장판사는 “개콘(개그콘서트)을 보면서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하는 개그맨분들이 너무 부럽다“는 글도 게시했다고 한다. 개그맨이 부러우면 법복을 벗고 개그맨으로 전직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직무적 윤리조차 지키지 않는 판사는 전직도 쉽지 않다는 점부터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