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늘리기보다 '상위 1% 공격용'…세제 누더기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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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 논란국가의 곳간을 채워야 한다는 논란은 경제위기의 한가운데 있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부자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성장률 뚝뚝 떨어지는데 경제활력 둔화시키는 증세 추진은 무리
전문가 "효과 크지 않아"…세수기반 확대가 우선
유럽 재정 위기국은 곳간 채우기 위해 증세
하지만 한국에선 정치적인 목적으로 증세가 추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을 ‘부자 감세’라며 공세를 퍼부었던 것과 똑같은 논리로 ‘1% 부자 증세’가 정치권과 정부 등에서 논의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한 종합부동산세가 사회 통합을 저해했듯이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부자 증세’도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재정이 튼튼한 한국
전 세계에서 증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재정 상태가 극도로 취약한 유럽 국가들이다.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그리스에서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전제조치 중 하나로 증세 조치가 이뤄졌다.
이탈리아 핀란드 헝가리 포르투갈 등은 물론이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도 증세가 공론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3.4%다. 미국 94.4%, 영국 75.5%, 프랑스 82.4%, 일본 220%에 비교하면 매우 건전한 편이다. 재정수지 적자 역시 GDP 대비 1.1%에 그쳐 G20 평균(6.1%)보다 훨씬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호주 다음으로 낮고, 부채 감당 능력을 감안한 재정 여력은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효과, 생각만큼 안 될 수도정부가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카드는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두 가지다. 최근 시행된 재정지출 확대는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은 지난해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를 2년 연기하더니 내년 시행을 앞두고 아예 철회했다. 그것도 모자라 소득세 증세 카드까지 곧바로 들고 나왔다.
세계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 후반으로 줄줄이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다.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에서 40%로 (세율을) 올리자는 것으로 2조원 정도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역시 5억원 이상 고소득자 1만명에게 8000억원의 세수를 거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예상만큼 세수가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세율이 높아지면 세수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정 선을 넘어서면 오히려 반대가 된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세율을 올려도 여러 변수가 많아 세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세수 기반 확대가 우선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증세’와 ‘부자 증세’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개선할 목적으로 세율을 인상하더라도 특정 계층만을 타깃으로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증세는 철저히 정치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조차 “지금 논의되고 있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통한 증세는 재정 건전성 측면보다는 선거를 위한 복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차원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세의 경우 2009년 소득 상위 17.9%가 총세수 12조9000억원의 92.3%를 부담했다. 종합소득세는 세부담 집중도가 더 크다. 그러나 근로소득자의 40%가량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다. 소득세 세원층이 너무 얇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세수를 늘리려면 세율 인상보다는 세원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