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때 은행에 3000억弗 몰래 퍼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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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폭로…Fed, 재무장관도 모르게 지원JP모건 씨티그룹 등 미국 6대 대형 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로부터 3000억달러의 비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 외에 다른 은행들도 발표된 것보다 많은 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우에 따라선 수천억달러의 돈이 비밀리에 월가 은행들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돈놀이로 130억弗 수익…정계 로비 '펑펑'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월가 은행들이 지원받은 돈으로 대출하거나 투자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부실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엮어 팔아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월가 은행들이 구제금융 규모를 속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반(反)월가 시위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000억달러 비밀 대출…의회도 몰랐다
블룸버그가 미국 중앙은행(Fed)으로부터 2만9000여쪽의 자료를 확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 6대 대형 은행의 구제금융 지원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당초 발표된 규모보다 3000억달러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들은 미국 재무부가 진행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지원받은 1600억달러 이외에 Fed의 11개 저리 대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총 4600억달러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의회는 물론 당시 TARP를 관장했던 헨리 폴슨 재무장관 등조차 몰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월가 은행들은 비밀리에 저리 대출을 지원받고도 대외적으로는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월 주주들에게 “Fed의 권유로 기간입찰대출창구(TAF)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지원받은 TAF 규모가 JP모건이 보유한 현금의 두 배 수준이었음은 숨겼다.
BoA의 CEO였던 케네스 루이스도 2008년 11월26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BoA는 현재 전 세계에서 재정이 가장 탄탄한 은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BoA가 Fed로부터 빌린 돈은 860억달러에 달했다. 2008년 12월5일 월가 은행들이 Fed로부터 지원받은 비상 대출은 기록적인 수준인 1조2000억달러에 이른다.○구제금융으로 돈놀이
월가 은행들은 Fed가 비밀리에 낮은 금리로 제공한 자금으로 대출과 투자 등을 통해 엄청난 이자수익을 거둬들였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6대 대형 은행을 포함한 190개 월가 금융회사들이 벌어들인 순이자수익은 13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국채 발행 수수료를 챙겼다. 덕분에 2006년 9월 말 6조8000억달러였던 월가 6대 은행의 자산은 올해 9월 말 9조5000억달러로 39% 늘었다.월가 은행들은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을 워싱턴 정가 로비에 썼다. 6대 은행이 지난해 로비에 사용한 자금은 2940만달러로 2006년에 비해 33% 증가했다. 이 같은 로비의 힘으로 테드 카프먼 전 상원의원이 제출한 ‘대마불사’ 재발 방지법인 ‘브라운-카프먼 법안’ 등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카프먼 전 의원은 “월가 의 도덕적 해이로 우리는 금융위기 재발 위험에 100%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