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美등급 '부정적'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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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감축안 합의 실패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28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로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평사 모두 올 들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역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불안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피치가 미국이 성장률 둔화와 부채 증가로 재정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들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미 의회의 슈퍼위원회가 지난 21일 재정적자 감축안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며 “근본적인 개혁이 늦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망 조정의 배경을 밝혔다. 피치는 최근 미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 문제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신용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리스크가 신용등급 전망을 떨어뜨린 셈이다. 대신 신용등급은 최고등급인 ‘AAA’를 그대로 유지했다.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2년 내 미국의 신용등급 자체가 강등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는 것을 뜻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가 2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됐다”며 “그러나 이 기간 적자 감축을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S&P처럼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지 4개월 만에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표를 의식한 정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월 여야는 연방 채무한도 증액에 대한 대타협을 이루고 슈퍼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며 “그러나 슈퍼위원회가 결렬되면서 추가 적자 감축안은 물 건너갔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 언제든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