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스 지배구조 재편, 넥슨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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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측 지분 확대…최대주주 지분 근접아이디스홀딩스가 일본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넥슨 때문에 지배구조를 원하는 대로 재편하지 못하고 있다. 넥슨의 모회사인 엔엑스씨가 아이디스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면서 1대주주와의 지분율 차이를 1%포인트 이내로 좁힌 탓이다. 시장에서는 “엔엑스씨가 아이디스홀딩스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엔엑스씨는 이를 부인했다.
일부 "적대적 M&A 가능성"…넥슨은 부인
◆지주사· 사업회사 스와프 계획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VR(디지털 영상저장장치) 전문기업인 아이디스의 김영달 대표는 지난 7월 회사를 지주사 아이디스홀딩스와 사업회사 아이디스로 쪼개면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7.21%에 불과한 취약한 지분 탓에 적대적 인수·합병(M&A) 타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적분할 이후 사업회사 아이디스 주가가 오르면 지주사 아이디스홀딩스 주식과 맞바꾼다는 게 밑그림이었다.
김 대표의 계획은 지주사인 아이디스홀딩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틀어졌다. 아이디스홀딩스는 이달 들어서만 다섯 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달 초 1만250원 수준이던 주가는 29일 현재 1만4550원으로 42% 올랐다.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넥슨의 모기업 엔엑스씨다. 엔엑스씨는 아이디스의 회사 분할 이후 8월 중순부터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아이디스홀딩스 지분을 종전 11.12%에서 이날 현재 16.84%까지 확대했다. 김 대표와 지분 차이가 채 1%포인트도 나지 않는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4%가량 지분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지주회사 주가가 오르는 것과 반대로 사업회사인 아이디스 주가는 같은 기간 오히려 4.5%가량 하락했다. 지주사 가치는 급증하고 사업회사 가치는 떨어진 것.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좀처럼 지분 스와프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엑스씨의 지분확대로 삐걱지주사로 전환한 상당수 기업들이 김 대표와 같은 밑그림을 그려 지분을 늘렸다. 지주사 전환 이전 지분이 10%대 초반에 불과했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 전환 이후 지분을 40%대 중반으로 끌어 올렸다. 분할된 사업 자회사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을 코오롱에 내주고 코오롱으로부터 신주를 받아온 덕분이다. 2009년 지주사로 전환한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김 대표의 이런 밑그림에 제동을 건 엔엑스씨의 의도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시장 일부에서는 김 대표와 엔엑스씨의 지분율 차이가 1%포인트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엔엑스씨는 “그런 의도는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전문가들도 아이디스홀딩스가 자사주를 15.63%나 보유하고 있어 엔엑스씨가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엔엑스씨의 김정주 회장과 아이디스홀딩스의 김영달 대표는 1968년생 동갑으로 KAIST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