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90여곳 公共공사 제한 '무더기 징계'

조달청, 허위서류 제출 적발
최장 9개월 제한…파장 예고
국내 90여개 대형 건설사가 조달청과 공공기관이 발주한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따내기 위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가 적발돼 무더기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적발된 업체에는 국내 10대 건설사가 모두 포함돼 있고, 앞으로 최장 9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이 금지될 수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조달청은 최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사금액 300억원 이상의 최저가 낙찰제 대상 입찰에서 허위 증명서를 제출한 68개 건설사를 적발, 부정당 업체로 지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저가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시공실적확인서와 세금계산서 등을 허위로 꾸며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달청은 허위 서류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4개 업체에 대해선 9개월간 입찰 제한을 결정했다. 39개사는 6개월, 25개사는 3개월의 제재를 받는다.

조달청이 부정당 업체와 처분 기간을 확정함에 따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나머지 공공 발주기관도 제재 수위를 확정해 통보할 계획이다. LH는 최근 허위증명서를 제출한 42개 건설사를 적발했다. 도로공사는 16개 업체, 한국전력은 1곳을 적발, 해당 건설사의 소명을 받았다.

국토부와 건설업계는 발주기관별로 중복 적발된 건설사를 제외하면 총 90여곳의 건설사가 징계를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업체 중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는 60여곳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당장 3~9개월간 공공공사 수주가 중단되면 부도 등 퇴출 위험에 몰리는 곳이 늘게 돼 하도급 건설사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공공공사 입찰 제한에 따른 업계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A건설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수주 경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경쟁국 업체들이 우리 건설사를 흠집내기 위해 이번 문제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과 소송을 진행하는 등 즉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B건설 관계자는 “세금계산서 문제 등은 2006년 저가심사제 도입 이후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는데 뒤늦게 제재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최저가 낙찰제에 대한 전반적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면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