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이 미래다] SK 상생협력 핵심은 '개방·소통·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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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센터 개설SK식(式)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 모델은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개방과 소통, 사람을 핵심으로 하는 SK만의 상생협력 모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상생 아카데미 통해 '윈윈'
SK식 상생협력 모델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상생 아카데미’로 대표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개방’과 ‘소통’에 역점을 뒀다면 상생 아카데미는 ‘사람’에 무게를 두고 있다.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글로벌 경제 한파에서 신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그동안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의 R&D 분야에만 국한돼 왔지만 SK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학교, 시민단체, 정부 등이 모두 개방과 융합을 통한 경계 허물기로 ‘윈-윈’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SK텔레콤이 서울대 내 SK텔레콤 연구동 1층에 개설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다. SK텔레콤은 OIC를 통해 아이디어를 가진 외부 개발자의 창업을 위해 자금, 사무공간, 경영,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외부 개발자 무상 전문교육, 단말기 테스트 환경 등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100여건을 협력업체에 공개하고 기술혁신도 돕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T맵과 문자메시지 등의 기반기술(API)도 공개했다. 개발자들이 T맵이라는 밑바탕을 활용해 한 단계 더 진화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SK텔레콤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T스토어 역시 개방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개발자들에 문을 열어 놓았다. 이런 방식의 상생협력을 통해 SK텔레콤은 388억원의 비용을 줄였고, 협력업체는 568억원의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
SK는 대표적인 협력업체 교육프로그램인 ‘SK상생아카데미’를 2005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오프라인 과정에 부장과 차장 등 중간 관리자 대상의 미니 MBA 과정인 상생MDP와 CEO 대상 ‘상생 CEO세미나‘ 등 두가지 과정이 있다. 또 온라인 과정으로 ‘상생 e-러닝(Learning)’이 개설돼 있다.
SK그룹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협력업체 임직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 만큼 이들 협력업체 임직원에 대한 전폭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교육받은 협력업체 임직원은 10만명에 달한다. 시스템 구축만큼 중요한 것이 소통 강화다. 끊임없이 소통해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동반성장을 실천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상생 CEO 세미나’에 참석, 협력업체 CEO 86명과 직접 만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직접 들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생협력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성장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재채용’이나 ‘원부자재 확보’, ‘복리후생’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CEO들의 질문을 직접 들은 뒤 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난달 용인 SK아카데미에서 열린 CEO세미나에도 협력업체 사장 70여 명이 초청돼 동반성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 회장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갑을관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는 미래 경쟁력의 원천을 협력업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협력업체 스스로 대기업과의 관계를 갑을관계로 규정하고 접근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 용어 자체가 대·중소기업 간 관계를 좋지 않은 쪽으로 고착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협력업체 사장들은 자유롭게 요구사항들을 꺼내놓으며 “SK가 에너지 기업으로 중국에 활발히 진출 중인데, 우리 회사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경영 계획을 변경할 때 협력업체들이 사전에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등을 주문했고 최 회장은 이런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