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하이마트의 난(亂)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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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는 상장기업이다.
소수의 주주가 지분을 독점 향유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상장기업이다. 수 많은 언론이 하이마트의 난(亂)을 현장 중계하듯 조밀하게 보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마트의 정명(正名)이 상장 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 케즘이다
유진과 하이마트의 불협화음을 인식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CI 사용료 마찰이 빚어지기 시작할 즈음부터 취재는 사작됐다.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이미 전조는 있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보는 하이마트는 상장한지 갓 6개월된 새내기주(株)다.
기업공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지근 거리에서 지켜봐온 시장 참여자들도 이번 사태가 전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시간을 거슬러 지난 6월 하이마트 상장 시점으로 되돌아 가보자.
공교롭게도 하이마트는 손실이 나면 국고가 지원되는 이른바 '엄친아' 한국항공우주(KAI)와 상장 시점이 같았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반복되는 방송광고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이마트 인지도는 대통령급이었다.하지만 공모주 청약은 미달사태를 빚었고 대표 주관 증권사는 총액인수로 미청약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도하 언론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화살을 하이마트와 대표 주관사에 돌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하이마트를 빚으로 인수한 유진기업 리스크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KAI가 상장 첫날부터 축포를 쏘아올릴 때 하이마트는 우려의 시선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기업은 실적으로 말하고 주가는 실적을 먹고 자란다.
온실 속의 화초 KAI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하이마트는 무섭게 성장했고 주당 9만5000원을 찍었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증시가 곤두박질 칠 때도 하이마트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랐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작성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2012년 연간 전망보고서를 살펴보면 내년 유통주 최선호주는 하이마트다.
호사다마인가?
우려는 현실로 변했고 대주주와 2대주주 간 감정싸움은 불꽃을 튀겼다. 끝모를 갈등은 계속됐고 이성이 아닌 감정이 서로의 가슴을 겨눴다.
케즘이론이란 것이 있다. 케즘은 결절이다. 산 사나이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크레바스'와도 같다.
기업은 태어나고 성장한다. 수많은 성장통을 겪으며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면 그 앞에 또 결절과 같은 천길 낭떠러지가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지만 그 반대면 사멸하고 만다.
기업의 신생사멸은 거의 이 이론에 맞닿아 있다. 이제 조금 한숨돌린만 했던 하이마트는 성장의 한 복판에서 케즘을 만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하이마트 상장으로 마련된 공모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가? 상장 당시에도 논란이 됐듯이 그룹 부채를 줄이는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주주 자본주의 사회. 최대주주가 경영권 행사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는가? 속편하고 한가한 이 같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유진그룹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어야 한다. 지금의 하이마트 사태를 지켜보는 그 누구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주주 자본주의 기준으로 현 상황을 전부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의 당연한 경영권 행사라는, 초등학교 학생도 알만한 단순한 원리 대신 양측을 등가적으로 놓고 판단한다.
왜 그렇까? 단순히 지분을 많이 가져 최대주주가 된 것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의기투합해 살아남은 조직의 땀은 다르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 한국판 '베스트 바이'는 일장춘몽인가?
한국에는 왜 미국의 '베스트 바이'(Best Buy) 같은 전자제품 유통 기업이 없는가?
하이마트의 상장을 지켜보며 이런 질문에 답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을 잠시 느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는 그 실적이 내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초대형 국가인 미국의 경제성장과 고용, 소비 상황의 척도일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유수의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이 미국의 최대 소비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성패를 베스트 바이의 매출로 판단한다.
이번 하이마트 사태로 2위 양판점인 전자랜드가 웃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오판이다. 시장점유율 면에서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한국판 베스트 바이의 꿈을 일장춘몽으로 끝낼 것인가?
기관투자가들은 당초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접고 모두 중립 지대로 이동했다. 이기는 편이 내편이라고 떠들 요량인가?
◆ 유진의 통큰 결단을 기대한다.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들 말한다. 최대주주가 자회사 2대 주주를 제압하지 못해 쩔쩔매고, 머슴이 주인을 배척한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단언컨데 그런 시각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사고다.
둘 중에 누구 하나가 사라져야 하는 '치킨게임'이 아닌 이상 인정하고 타협할 여지는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하이마트를 인수했고 최대주주인 유진이 결단해야 한다.
주식은 생물과도 같다. 한번 생채기가 나면 쉽게 아물지 않는다. 대주주와 2대주주 간 분쟁, 실적 불확실성 등이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절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는 주가는 털끝 만큼의 불확실성에도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하이마트 사태는 어찌보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오늘 열리는 하이마트 주주총회에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올라와 있다. 재선임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대주주로서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그래서 키는 유진그룹이 쥐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이 그것이다.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 더욱 시선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진은 통 크게 중간지대를 설정해 주고, 하이마트 경영진은 혹독한 평가를 기다리면 된다. 하이마트가 튼실이 뿌리 내리고 주식시장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매김한 이후 공과를 따지고 주인과 머슴을 갈라도 늦지 않다.유진이 한국의 베스트 바이 출현을 꿈꾸고 그 토양을 제공할 요량이라면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한경닷컴 변관열 증권금융팀장
소수의 주주가 지분을 독점 향유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상장기업이다. 수 많은 언론이 하이마트의 난(亂)을 현장 중계하듯 조밀하게 보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마트의 정명(正名)이 상장 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 케즘이다
유진과 하이마트의 불협화음을 인식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CI 사용료 마찰이 빚어지기 시작할 즈음부터 취재는 사작됐다.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이미 전조는 있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보는 하이마트는 상장한지 갓 6개월된 새내기주(株)다.
기업공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지근 거리에서 지켜봐온 시장 참여자들도 이번 사태가 전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시간을 거슬러 지난 6월 하이마트 상장 시점으로 되돌아 가보자.
공교롭게도 하이마트는 손실이 나면 국고가 지원되는 이른바 '엄친아' 한국항공우주(KAI)와 상장 시점이 같았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반복되는 방송광고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이마트 인지도는 대통령급이었다.하지만 공모주 청약은 미달사태를 빚었고 대표 주관 증권사는 총액인수로 미청약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도하 언론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화살을 하이마트와 대표 주관사에 돌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하이마트를 빚으로 인수한 유진기업 리스크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KAI가 상장 첫날부터 축포를 쏘아올릴 때 하이마트는 우려의 시선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기업은 실적으로 말하고 주가는 실적을 먹고 자란다.
온실 속의 화초 KAI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하이마트는 무섭게 성장했고 주당 9만5000원을 찍었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증시가 곤두박질 칠 때도 하이마트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랐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작성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2012년 연간 전망보고서를 살펴보면 내년 유통주 최선호주는 하이마트다.
호사다마인가?
우려는 현실로 변했고 대주주와 2대주주 간 감정싸움은 불꽃을 튀겼다. 끝모를 갈등은 계속됐고 이성이 아닌 감정이 서로의 가슴을 겨눴다.
케즘이론이란 것이 있다. 케즘은 결절이다. 산 사나이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크레바스'와도 같다.
기업은 태어나고 성장한다. 수많은 성장통을 겪으며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면 그 앞에 또 결절과 같은 천길 낭떠러지가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지만 그 반대면 사멸하고 만다.
기업의 신생사멸은 거의 이 이론에 맞닿아 있다. 이제 조금 한숨돌린만 했던 하이마트는 성장의 한 복판에서 케즘을 만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하이마트 상장으로 마련된 공모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가? 상장 당시에도 논란이 됐듯이 그룹 부채를 줄이는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주주 자본주의 사회. 최대주주가 경영권 행사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는가? 속편하고 한가한 이 같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유진그룹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어야 한다. 지금의 하이마트 사태를 지켜보는 그 누구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주주 자본주의 기준으로 현 상황을 전부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의 당연한 경영권 행사라는, 초등학교 학생도 알만한 단순한 원리 대신 양측을 등가적으로 놓고 판단한다.
왜 그렇까? 단순히 지분을 많이 가져 최대주주가 된 것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의기투합해 살아남은 조직의 땀은 다르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 한국판 '베스트 바이'는 일장춘몽인가?
한국에는 왜 미국의 '베스트 바이'(Best Buy) 같은 전자제품 유통 기업이 없는가?
하이마트의 상장을 지켜보며 이런 질문에 답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을 잠시 느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는 그 실적이 내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초대형 국가인 미국의 경제성장과 고용, 소비 상황의 척도일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유수의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이 미국의 최대 소비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성패를 베스트 바이의 매출로 판단한다.
이번 하이마트 사태로 2위 양판점인 전자랜드가 웃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오판이다. 시장점유율 면에서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한국판 베스트 바이의 꿈을 일장춘몽으로 끝낼 것인가?
기관투자가들은 당초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접고 모두 중립 지대로 이동했다. 이기는 편이 내편이라고 떠들 요량인가?
◆ 유진의 통큰 결단을 기대한다.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들 말한다. 최대주주가 자회사 2대 주주를 제압하지 못해 쩔쩔매고, 머슴이 주인을 배척한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단언컨데 그런 시각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사고다.
둘 중에 누구 하나가 사라져야 하는 '치킨게임'이 아닌 이상 인정하고 타협할 여지는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하이마트를 인수했고 최대주주인 유진이 결단해야 한다.
주식은 생물과도 같다. 한번 생채기가 나면 쉽게 아물지 않는다. 대주주와 2대주주 간 분쟁, 실적 불확실성 등이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절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는 주가는 털끝 만큼의 불확실성에도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하이마트 사태는 어찌보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오늘 열리는 하이마트 주주총회에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올라와 있다. 재선임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대주주로서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그래서 키는 유진그룹이 쥐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이 그것이다.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 더욱 시선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진은 통 크게 중간지대를 설정해 주고, 하이마트 경영진은 혹독한 평가를 기다리면 된다. 하이마트가 튼실이 뿌리 내리고 주식시장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매김한 이후 공과를 따지고 주인과 머슴을 갈라도 늦지 않다.유진이 한국의 베스트 바이 출현을 꿈꾸고 그 토양을 제공할 요량이라면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한경닷컴 변관열 증권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