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발행 이틀 연속 실패…이탈리아 발행금리 사상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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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매입 운동'도 소용없어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이탈리아가 이틀 연속 국채 발행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발행 금리도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 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29일(현지시간) 진행한 국채 입찰에서 총 75억유로의 국채를 팔았다. 당초 발행 목표 물량인 80억유로에 못미치는 규모다. 3년물 국채의 발행 금리는 7.89%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10월 발행된 3년물 국채 금리 4.9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2022년 만기인 10년물과 2020년 만기 국채의 발행 금리는 각각 7.56%와 7.28%를 기록했다.이탈리아는 28일에도 2023년 만기 5억6700만유로 규모 국채를 7.3% 금리에 발행했다. 발행 규모도 목표치인 7억5000만유로에 크게 못 미쳤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위험 수준인 연 7%대로 치솟으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도 연 7%대 국채 금리를 낮추지 못해 결국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탈리아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채 매입운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국채 매입 수요를 자극하고, 전 국민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 시장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은행연합회가 대규모 국채 발행일인 28일과 29일을 ‘국채 매입의 날’로 지정하고 국채를 매입하는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줬 다”고 보도했다.이번 행사는 토스카나 출신 시민인 줄리아노 멜라니(51)의 제안으로 시작돼 은행연합회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채 발행 첫날인 28일 이탈리아 시민들이 상당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2일에도 한 차례 ‘국채 매입의 날’ 행사가 더 열린다.
총 1조9000억유로(2900조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부채 중 57%는 이탈리아 국민과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9월 말 현재 400억유로, 2위 은행 인테사산파올로는 640억유로 규모 이탈리아 국채를 지니고 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지난주 스페인 정부도 ‘나는 국채를 선택했어’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채 매입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87개 은행의 채권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29일 발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