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ITㆍBT 접목…식품클러스터 키워야

농식품산업, FTA는 기회다 - (3·끝) 식품도 융복합시대

벤처기업 '이룸바이오', 식물 노화억제제 개발해 식품 경쟁력 끌어올려
경기도 수원에 있는 벤처기업 이룸바이오테크놀러지 연구실.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은 식물의 노화를 촉진하는 에틸렌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정제하느라 분주했다.

이 물질은 과일과 채소에 침투해 신선도가 연장되도록 도와준다. 예컨대 11~12월에 수확한 사과는 저온 저장창고에 들어가도 이듬해 3~4월이 되면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이 물질이 닿으면 7월까지도 품질이 유지된다.이룸바이오테크놀러지는 미국에 이어 2008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 물질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농가들은 판매시기를 조절해 가격을 잘 받을 수 있고, 식품회사들은 신선한 원료를 연중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한 벤처기업의 생명공학(BT) 기술이 식품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이다.

이 회사 유상구 연구소장은 “이 기술을 국내에선 동부정밀화학에 10년간 독점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현재 해외 기업과도 기술이전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농업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식품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다른 산업들과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이 필수다. BT와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을 결합해야 식품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진일보한 식품기술은 의료 제약 등 다른 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그러나 지금은 국내 식품산업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시너지를 만들어낼 만한 구심점이 없다. 3913개의 식품제조업체와 40개가 넘는 민관 연구기관들이 사방에 흩어져 제각각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한 데 모을 공간으로 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식품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들이 모여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을 하고 상품화하는 집적단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도 식품클러스터가 활성화돼 있다. 클러스터가 성공하면 입주한 기업과 연구기관의 생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국가 세입이 늘고 지역 고용도 창출된다. 전 세계 1440여개 기업과 21개 연구소가 입주해 있는 네덜란드의 푸드밸리에서는 연간 460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수출로 이뤄진다. 푸드밸리와 연관된 인력만 70만명에 달한다.로제 반 회샐 푸드밸리 지원센터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푸드밸리에서는 설탕을 줄이는 기술을 찾는 기업이 있으면 재단이 나서 곧바로 알맞은 5~6곳의 파트너를 구해준다“며 “디자이너 회계사 변호사 등도 입주해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정부도 올해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을 시작했다. 2015년이면 문을 열 계획이다. 이곳에는 민간기업 150여곳과 연구기관 10여곳이 들어설 예정이다. 클러스터 조성비용으로 민·관이 5535억원의 사업비를 마련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클러스터가 안정화되는 2017년에는 입주한 기업들이 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품클러스터 성공의 관건은 정부가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회샐 대표는 “처음엔 정부가 정한대로 했다가 실패했다”며 “기업이 수익을 내는 과정에 정부가 옆에서 지원만 했더니 정부도 자연스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국가식품클러스터가 국내 식품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모태가 되기 위해선 수출지향적이고 타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우선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공동기획 : 한경 · 농림수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