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학습지 재능교육, 글로벌 '스스로 학습' 바람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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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재능교육양병무 재능교육 사장은 매주 직원들에게 편지를 쓴다. 월요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대표이사 행복이야기’란 코너에 글을 올리고 있다. ‘재능 가족’의 행복한 이야기가 주제다. 글을 쓰는 것은 양 사장만의 소통 수단이다. 수필가이기도 한 양 사장은 “생각을 재능교육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나누는 십(+)자형 소통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신무기'스스로펜'
'스스로 학습' 잇는 야심작…매달 1만대 이상 팔려나가
해외시장'정면돌파'
교민 대신 현지인 직접 공략…中·美서 우수교육업체 인증
재능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양 사장 부임 이후 조직에 활기가 돈다. 양 사장은 부임 이후 지국장은 물론 일선 상담교사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애로사항을 들었다. 두 달 일정으로 잡혔던 수도권과 지방 지국 순회방문을 한 달 만에 소화했다. 재능교육이 노조문제로 뒤틀린 조직을 바로잡고 유일한 토종 학습지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영입한 양 사장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자”
‘스스로’라는 브랜드를 내건 재능교육은 외국에서 들여오지 않고 순수하게 국내에서 만든 유일한 브랜드다. 창업자인 박성훈 회장이 수학과목으로 시작했다.
한때 학습지 업계에서 1위를 넘보기도 했지만 노조문제로 4위로 떨어졌다. 학습지 교사들이 노조를 만들고 두 차례 파업을 주동했다. 재능교육 노조는 아직도 천막 농성과 업무 방해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이로 인해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조직이 최근 들어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양 사장의 ‘편지경영’ ‘감성경영’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평가다. 주간학습 프로그램 사업을 모태로 출발한 재능교육은 재능TV, English TV, 재능아카데미, 재능교육연수원, 재능셀프러닝, 재능학원, 재능대학, 재능문화, 재능인쇄, 재능유통, JEI Platz(임대전용 비즈니스 센터) 등을 갖춘 종합교육문화기업으로 성장했다.
교육 사업이라는 한 우물에 집중하고 역량을 쏟아온 것이 강점이다. 전 구성원이 교육전문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다. 교육 시장 트렌드를 미리 감지하고 선도하는 것도 교육전문기업이라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회원 수 증가 추세학습지 교사들이 만든 불법 노조 탓에 급감했던 회원 수가 작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재능교육의 학습지 회원 수는 2003년 75만353명, 2004년 70만4657명, 2005년 71만4724명, 2006년 78만1996명, 2007년 64만1232명, 2008년 55만2618명, 2009년 53만7477명, 2010년 54만1657명이다. 올 들어 지난 10월 현재 55만6439명이다. 회사 측은 연말까지 56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사 수는 2010년 4500여명, 2011년 4600여명이며 내년에는 5200여명으로 예상한다. 양 사장은 “직원과 교사들이 자신감을 찾으면서 노조와 같은 외부 세력에 조직이 흔들리는 일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창의 인재 만드는 ‘스스로학습법’재능교육의 대표 브랜드는 ‘스스로학습법’이다. 현 정부가 주창하는 자기주도 학습능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습자가 주체가 돼 학습과정을 스스로 이끌어나가는 학습활동을 말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몸에 익혀야 할 능력이다. 학교 현장에서 자기주도 학습 능력 향상은 주요한 교육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재능교육은 듣기·말하기 중심의 실용 어학학습 및 사고력 등 다양한 과목을 스스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학습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펜’ 사용자 78% 학습 적극성 고취
재능교육의 스스로학습법은 다양한 학습보조도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작년 11월 내놓은 ‘재능 스스로펜’이 대표적이다. 원어민의 음성으로 언어실력을 향상시키고, 집중학습시간이 20분을 넘기지 못하는 유아를 위한 놀이 교구재 학습도구다. 교재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페이퍼를 얹히고 음원 코드를 입력, 스스로펜에 달린 광학인식 렌즈가 음원 코드와 음원 데이터를 맵핑해 해당 음성을 찾으면 음성으로 출력되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혁신적인 학습도구다. 스스로펜은 지난해 출시 이후 매달 1만대 이상 판매되며 인기몰이 중이다.
재능교육은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에 재직 중인 이영선 교수에게 의뢰, 스스로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스스로펜 사용자 중 만 5~12세의 자녀를 둔 학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학습의 적극성’ 부분에서 78%가 긍정적 응답을 했다. ‘학습의 즐거움’은 87%, ‘스스로 학습 여부’에는 87%, ‘스스로 학습 계획 수립 여부’에는 72%, ‘스스로학습의 이해 여부’에는 78%가 긍정적으로 응답할 정도로 효과가 높다는 의견이었다. ‘학습의 호기심’에는 86%, ‘학습의 성취감’에는 84%가 각각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해외 교민 아닌 현지인 직접 공략
해외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내 교육업체가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데 비해 재능교육은 한정된 교민시장을 탈피, 현지인을 타깃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베이징지사는 초기부터 현지 초등학교 및 유치원을 공략, 전체 회원 중 중국 한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달한다. 베이징지사는 지난해 중국교육학회가 주최하는 교육시상식에서 외국업체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우수교육 업체로 선정됐다.
미주 지사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JEI 러닝 센터’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새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신상품을 통해 인도, 중국계 등 현지인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미주 지사는 로스앤젤레스 비즈니 스 저널이 올초 발표한 LA에 본사를 둔 20대 프랜차이즈 기업 순위에서 14위에 랭크됐다. 재능교육은 이런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부터 오세아니아, 홍콩에서도 현지인 대상 가맹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서비스 다양화 통해 종합교육문화기업으로
인구 감소는 재능교육뿐 아니라 모든 교육업체들에 큰 극복 과제다. 재능교육은 학습 서비스 채널 확대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학습지 교사가 집집마다 방문해 지도하는 기존 사업 모델에 교실형 사업, 전문 상담 사업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스스로펜을 유아용, 노인용 등으로 특화해 평생교육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재능TV, 재능대학 등 관계사들과의 협력도 늘려 시너지 효과를 낼 방침이다. 기존 학습지 사업모델을 인터넷, 모바일, 방송 등 정보기술(IT) 기반의 디지털 환경에 맞게 조정하고, 대학·방송·연수원·인쇄·유통 등의 다양한 채널에 교육 콘텐츠를 융합해 종합교육문화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