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안낳아 기저귀 안팔려?…해외·노인·애완동물 시장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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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日 생활용품 업체 1위 '유니참'2001년 일본 최대 생활용품업체 유니참은 위기를 맞았다. 저출산으로 주력 상품인 유아용 기저귀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벌인 가오(花王)는 세제와 화장품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동남아 가정집 발품 팔며…印尼·태국 시장 진출 해외 매출 10년새 20배
노인들 요실금에서 해방…주력제품 성인용 전환 작년 일본 점유율 1위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올해 애완 동물용 주력 "빠른 결단이 성공 비결"
회사 내에서는 ‘기저귀 사업을 접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리용품, 애완동물 식품, 마스크, 물휴지 등 다른 제품군에 주력하자는 것이었다.그러나 다카하라 다카히사(高原豪久) 사장은 기저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1960년 창사 이후 ‘유니참=기저귀 회사’라는 인식이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날 모든 간부를 불러놓고 3대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노인층을 겨냥한 기능성 기저귀 제품 출시와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의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저가 기저귀 판매가 핵심 내용이었다.
애완동물용 제품 확대도 포함됐다. 잘하는 것을 버리지 말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었다. 지난해 유니참은 일본 내 유아용과 노인용 기저귀 시장에서 점유율 1위(41%,40%)를 기록했다. 10년 전 80억엔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도 20배 이상 늘어나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했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의 성과였다.
○현지화·고객 다양화로 위기 극복다카하라 사장은 “생리대가 여자를 해방시켰듯 기저귀가 요실금에 떠는 노인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며 “10년 전 기저귀 사업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유니참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기간에 유니참의 고객이던 일본의 유아(0~4세) 수는 약 115만명 감소했다. 장기 불황과 함께 찾아온 저출산 재앙 때문이었다.
유니참은 전략을 다시 짤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2년부터 인도네시아에 기저귀를 팔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2590달러밖에 되지 않지만, 인구는 2억3000만명으로 세계 4위인 나라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유니참은 초창기 한장에 2300루피아(257원)짜리 프리미엄급 기저귀를 내놨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선 기저귀를 낱장으로 판다. 빨아쓰는 천 기저귀 사용 문화가 정착되면서 종이 기저귀를 많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유니참의 비싼 기저귀는 상류층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장은 더 커지지 않았다. 중산층을 겨냥한 저가 기저귀를 개발해야 했다. 2006년 미국의 P&G와 영국의 유니레버 등 거대 생활용품 업체들이 한장에 2000루피아짜리 기저귀를 내놓았다. 가격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위기라고 느낀 유니참 인도네시아 지사 직원들은 수도권 200여곳의 가정집을 1주일간 돌았다. 시장 조사를 통해 가격을 2000루피아 이하로 낮추는 대신 꼭 필요한 기능만 집어넣기로 했다. 2007년 한 장에 1900루피아짜리 ‘마미 보코 스탠더’(팬티)를 출시했다. 천 기저귀가 청결하지 못하다는 점과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제품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됐다.
현재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유니참의 유아용 기저귀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더해 기능을 단순화해 가격을 최대한 낮춘 전략이 주효했다. 마에가키 하루오 유니참 인도네시아 지점장은 “우리가 P&G와 달랐던 것은 발품을 팔았다는 사실”이라며 “인도네시아 시장은 물론 태국에서도 이 같은 현지화 전략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참은 대만과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 3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다.
유니참은 일본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성인들을 위한 기능성 기저귀를 내놓은 것. 지난해 말 현재 일본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5%나 된다. 일본 소비자연구원은 성인용 기저귀 사용 소비자가 460만여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연간 1000억엔(1조4000억원) 규모의 성인용 기저귀 시장에서 유니참은 강자가 됐다. 시장점유율 40%로 2위 다이와(大王)제지보다 20%포인트 높다. 유니참은 지난해 매출이 3769억엔, 영업이익은 456억엔을 기록했다. 매출은 9년 연속, 영업이익은 6년 연속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2.4%로 우량 전자부품회사인 일본전산(12.2%)보다 높다. 경쟁 업체 가오의 매출은 1조1868만엔으로 유니참의 3.2배다. 하지만 가오의 시가총액(1조676억엔)은 유니참(6953억엔)의 1.5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니참에 대한 시장의 좋은 평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애완동물 제품과 신제품 개발에 주력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유니참은 최근 애완동물 제품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12개에 이르는 애완동물 제품 브랜드를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주로 강아지와 고양이용 제품으로 동종 업계에 비해 많다.
1986년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미국과 유럽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0년 들어 유니참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품종별로 나눈 사료를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시장지배력을 키워왔지만 올해 집중적 투자로 점유율을 더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애완동물 제품 부문 매출은 477억엔, 영업이익은 61억엔을 기록했다. 유니참 관계자는 “애완동물 사업에 대한 미래는 밝다”며 “품종에 따른 사료를 개발하는 등 차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출시 기간도 대폭 줄였다. 유니참은 지난 8월 말 중년과 고령 여성을 겨냥한 새로운 생리대를 출시했다. 다음날 경쟁사인 다이오제지가 같은 기능의 제품을 내놨다. 라이벌 업체보다 하루 빨리 제품을 출시해 진열대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생리대 판매의 경우 시장 조사와 연구·개발, 고객 반응 등의 과정을 거치는 데 대략 1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유니참은 앞서 5월 다이오제지가 9월께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정보를 입수, 3개월 만에 제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니참의 특징은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보기 어려운 빠른 결정과 제품 개발 능력”이라며 “50년간 한우물을 파면서 얻은 기술력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다카하시 사장은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 평정했지만 글로벌 회사인 P&G와 유니레버 등을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며 “올해 9.3%인 세계 시장점유율을 10년 내에 15%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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