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아웃복싱 정치'로 대선 직행 노리나

"신당 창당·강남 출마할 생각 없다"

절묘한 시점에 입장 밝혀…국민 참여 기부재단 고민
대권 도전 질문엔 침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제3당 창당이나 내년 총선 강남 출마설 등 얘기가 많은데 전혀 그럴 생각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고 1일 밝혔다.

정치권 내 논란이 커지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인데 등판 시점이 절묘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로 인한 여야간 대립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 시점에서 할 말만 짤막하게 하는 특유의 안철수식 정치 행보를 한 것이다. 안 원장은 이와 함께 기존 공익재단의 틀을 깨는 새로운 형태의 재단 설립 계획을 밝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한눈팔 여력 없다”

안 원장은 이날 경기도 판교 안철수연구소의 사회공헌계획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정치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에 적합한 자리가 아니지만 누차 말씀드렸듯이 학교와 재단설립 관련 일만 해도 한눈팔 여력이 없다”며 정치 조기 참여 가능성을 부인했다.

9월 판교 사옥 준공식과 10월 정기이사회 때만 사옥을 찾았던 안 원장은 전날 안철수연구소 측에 참석 의사를 전했다. 예고 없이 전날 전격 참석을 통보하고 이날 구체적으로 정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은 신당 창당설과 내년 총선 강남 출마설 등의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피력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기부재단이 정치 행보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항상 말씀드린 대로 행동한다”며 예정된 일정임을 강조했다.

안 교수가 직접 4월 총선 출마와 신당창당 가능성을 부인함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과연 대선에 출마할 것이며 신당이 아닌 어떤 형태일까’로 쏠리고 있다. 통합 야당 합류 여부와 관련해 안 원장은 “정치적 답변은 그 정도로 충분히 명확하게 말씀드린 것 같다”며 화제를 돌렸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해 여운을 남겼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실상 대권 출마 가능성은 바뀐 게 없다. 오히려 절묘한 시점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혀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안 원장이 신당이 아니라면 압도적 여론지지를 바탕으로 범야권과 단일화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로드맵’으로 대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기존 틀 깨는 기부재단 설립”

안 원장은 기부재단 성격에 대해 “여러 가지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데 하나 분명한 것은 돈을 나눠주는 식의 장학재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마이크로파이낸스’(빈곤계층대상 무담보 소액대출) 방식을 뛰어넘는 재단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 원장은 “혼자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 더 크게는 국민들까지 참여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의 공익법인이나 재단 형태는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일하기에는 법적 제약이 많아 다른 획기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청년 사업가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젊은이펀드’ 등 기존 재단 성격과 다른 새로운 방식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형호/이승우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