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낱개로 듣는 당신…'맛'은 괜찮나요?

2030 기자의 아날로그 이야기

MP3 파일로 좋아하는 곡만 들으면 음반 전체 들을 때보다 느낌 떨어지고
뮤지션이 의도한 '기승전결' 놓쳐
지난달 29일 아이유가 정규 2집 음반을 냈다. 13곡으로 음반이 구성됐는데 음원 차트에서 이 곡들이 1위부터 13위까지를 모두 차지해 화제가 됐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대개 앨범 수록곡 가운데 몇 곡만이 상위 차트에 오르기 마련이다. 반면 아이유는 앨범에 수록된 전 곡이 고르게 인기를 얻었다. ‘삼촌팬’들의 힘일까. 음원뿐 아니라 음반도 인기다. 발매 사흘도 안 돼 6만5000장이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음반에서 음원으로사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음반’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는 끝났다. 1990년대만 해도 인기 있는 가수가 새로운 음반을 내면 100만장씩 팔아치우는 일이 허다했지만 지금의 음반은 듣기 위해 사기보다는 ‘소장’하기 위해 사는 물건이 됐다. 기자도 종종 CD를 사곤 하지만 MP3 파일을 추출한 다음에는 책장에 모셔둘 뿐 CD로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 대개는 음원 사이트에서 파일을 낱개로 구매한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음반 판매 숫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중이다. 지금은 1년에 10만장 이상 판매한 음반을 손에 꼽을 지경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다. 대표적 음원 포맷인 MP3를 비롯해 FLAC, OGG 등의 확장자를 갖는 파일을 기기에 복사해 재생하는 형식이다. LP나 카세트 테이프, CD 등으로 음악을 듣던 시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물리적인 미디어가 아닌 플래시 메모리 등에 파일 형태로 음악을 넣다보니 작은 크기의 재생 기기에 수백~수천곡을 넣을 수 있다. 그보다 더 큰 차이는 음악을 듣는 방식이 여러 곡이 순서대로 이어진 음반 중심에서 개별적인 낱곡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명반(名盤)’을 찾기 힘든 시대파일로 음악을 듣기 전에는 하나의 음반을 순서대로 듣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음반 중간에 수록된 곡을 듣기 위해선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LP 같으면 해당 트랙 위로 조심스레 바늘을 옮겨줘야 했고 카세트 테이프는 원하는 위치까지 감아야 했다. CD로 와선 원하는 곡을 찾는 일이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CD 1장 분량이라고 해봐야 74분에서 99분 남짓이다. 최대한 곡을 많이 넣는다고 해도 20곡가량이다. 다른 음반에 있는 곡을 들으려면 CD를 갈아 끼워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했다. ‘공(空)테이프’나 CD에 좋아하는 곡만을 집어넣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적지 않은 수고를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많은 음악인들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각각의 독립된 곡을 갖고 이어진 ‘스토리’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굳이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과 같은 음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상당수의 음반들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비틀스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같은 음반은 A면 B면을 뒤집는 시간적 틈이나 최내주(LP나 CD의 가장 안쪽 부분) 부분의 반복 등 레코드의 특질을 한껏 활용한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LP판이 아닌 CD나 디지털 음원으로 이 음반을 들을 경우 “비틀스 멤버가 설정한 세계가 거기에는 정확하게 구현되지 않은 것 같아서” ‘왠지 다르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고 했다. 각각의 곡을 듣는 것도 좋지만 음반 전체를 들을 때 뮤지션이 의도한 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이다.

MP3 파일이 보편화된 이후 재생 목록을 만드는 역할은 공급자인 뮤지션에서 소비자인 개인으로 넘어갔다. 저마다 음악을 듣는 방식도 다르다. 여전히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본인이 좋아하는 곡을 묶거나 분위기가 비슷한 곡을 모아 재생목록을 만들기도 한다.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언젠가부터 완성된 하나의 앨범보다는 낱곡을 발표하거나 몇 곡만을 모아 미니 앨범을 발표하는 일이 좀 더 일반화됐다. 가수들은 앨범을 내는 일이 전보다 힘들어졌다고 한다. ‘명곡’은 있을지언정 ‘명반’을 찾기는 힘든 시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