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야? 애니야? 역시 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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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북아프리카 모로코의 가상 도시 바가에서 틴틴 일행과 악당 사카린 진영 간에 롤러코스터 같은 추격전이 펼쳐진다. 보물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며 성(城) 위에서 아랫마을로 내달리는 것이다. 틴틴은 전깃줄을 타고 쏜살같이 장터 물건들과 사람들 사이를 헤친다. 그 사이 틴틴의 보물지도를 낚아챈 매가 주인 사카린에게 전달하고 틴틴이 그것을 다시 빼앗는다.
카메라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내달리며 역동적인 장면을 포착한다. 3D(입체) 촬영기법으로 인물과 인물, 인물과 사물 사이의 공간감을 살려내며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카메라가 멀리서 관찰자 시점으로 추격전을 잡았더라면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틴틴:유니콘호의 비밀’(사진)은 할리우드의 두 흥행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피터 잭슨이 제작한 3D 어드벤처 영화다. 인물과 배경을 실사로 촬영한 뒤 애니메이션을 덧입히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벨기에 출신 만화가 에르제(필명)가 1929년부터 연재해 서구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소년 기자 틴틴의 모험을 그린 만화 원작의 세계를 시공간 제약 없이 스크린에 마음껏 펼쳐보이기 위해 ‘이모션 3D’ 기술을 채택했다. 이모션 3D란 인물의 표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애니메이션 기술. ‘반지의 제왕’과 ‘아바타’ 등에서 실감나는 모션 픽처 기술을 보여준 컴퓨터그래픽 회사 웨타디지털이 해냈다.
틴틴과 그가 데리고 다니는 폭스테리어종 강아지 ‘스노위’, 유니콘호의 비밀을 아는 ‘하독 선장’, 유니콘호에 숨겨진 보물을 독차지하려는 사카린 등의 표정과 행동은 애니메이션인지 실제 인물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약점도 있다. 서구인들은 이들 캐릭터에 익숙하지만 한국인들은 잘 모른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을 왜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중간 단계로 그렸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고, 감정이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8일 개봉. 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