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12월에만 40건…한 번에 3억 걷어

현역 의원만 올 100여회…총선 앞두고 '편법 모금'
참석자들 수십만원씩 내…로비창구 악용될 수도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최근 출판기념회를 국회가 아닌 서울시내 다른 장소에서 개최했다. 국회에서 열려고 했으나 다른 의원들이 이미 선점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 희망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현역 의원들이 국회에서 모두 80회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5회가 9월 이후에 열렸다. 지난달에만 모두 29회가 개최됐고 이달에만 40건가량이 예약돼 있다. 그만큼 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국회 밖에서도 지난달 20회 이상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 내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뒤 자신의 지역구에서 한 번 더 열기도 했다. 선거법에 의해 내년 1월11일까지 열 수 있는 출판기념회는 원외 인사들까지 합하면 모두 300~400건에 이를 전망이다.

국회의원들이 연일 출판기념회를 여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자신을 알리는 홍보 수단이다. 자신의 삶과 정치 철학을 알리는 일종의 간접 선거운동이다. 더 큰 목적은 선거자금 모금이다. 책값은 보통 1만~2만원이다. 그렇지만 참석자들은 책 한두 권을 사면서 대금함에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넣고 가는 게 보통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관장이나 특별한 관계가 있는 이들은 100만원 이상을 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모아진 돈은 자연스럽게 의원의 선거자금이 된다는 설명이다.

출판기념회 한 번에 2억~3억원 정도의 수익을 남긴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무위원회나 국토해양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많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이나 정치적 영향력이 큰 다선 의원들의 수익은 더욱 늘어난다. 중진 의원의 한 보좌관은 “관계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수백권씩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출판기념회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집하는 행태는 17대 국회 이후 활성화됐다. 과거에는 ‘후원의 밤’ 등으로 이름 붙여진 후원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 그렇지만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통하는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이런 방식의 자금 모집이 불가능해졌다.

문제는 출판기념회가 일종의 로비창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식 정치 후원금은 특정단체의 명의로 기부할 수도 없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모금 내역을 신고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반면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은 이런 규제가 없다. 정치 후원금 한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깨끗한 정치를 하도록 한다는 ‘오세훈법’이 오히려 로비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