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소비세 2% 인하' 앞당겨 적용…현대·기아차, 수입차 할인공세에 '맞불'

FTA 앞두고 車 가격전쟁 점화

그랜저 2.4모델 62만원↓…내수부진 타개 '고육책'
美선 질주…100만대 돌파
현대·기아자동차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가격 할인 공세를 펴고 있는 수입차 업체에 맞불을 놨다. 관세 인하분을 미리 가격에 반영한 수입차 업체에 대응해 이달 한 달 동안 차량 구매 고객에게 개별소비세 일부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한·미 FTA시대를 앞두고 국산차와 수입차 간 가격 전쟁이 불붙고 있다.

◆개별소비세 2% 미리 할인현대차는 이달 한 달 동안 그랜저HG와 제네시스, 에쿠스, 제네시스 쿠페 3.8, 베라크루즈, 싼타페 2.2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2%를 인하해 준다고 2일 발표했다. 기아차는 K7과 오피러스, 모하비, 쏘렌토R 2.2를 2% 깎아 준다. 3120만원짜리 그랜저HG 2.4 모델을 62만원 할인된 3058만원에 살 수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2000㏄ 이상 차량에 물리는 개별소비세가 10%에서 8%로 낮아지는 것을 기대하고 구매를 미루는 수요를 잡기 위한 할인 행사다.

현대차는 출고 시기별 조기구매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1~9일 벨로스터와 투싼 고객에게 50만원, 쏘나타 아반떼는 40만원, 포터와 i30를 제외한 다른 차종들은 20만원씩 지원한다. 기아차는 신차 레이를 제외한 승용차와 RV에 대해 1~12일 출고 때 20만원을, 13~23일 출고 때 10만원을 지원한다. 승용차와 RV 개인 고객에게 독일계 법률비용 전문 보험사인 DAS법률비용보험의 일상생활 도로교통 상품을 7개월 무료로 가입해 준다. ◆“지금이 기회다”… 수입차 공세

지난 7월 한·EU(유럽연합) FTA가 발효될 때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현대·기아차가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미국과 일본 업체들의 할인공세 강도가 유럽 업체들보다 세기 때문이다.

포드코리아는 이달부터 일부 차종에 대해 FTA 관세 인하분 100만~200만원을 미리 할인해 주기로 했다. 준대형 세단인 ‘포드 토러스 SHO’는 5240만원에서 연말 프로모션 200만원과 FTA 할인 200만원 등 총 400만원을 깎아준다. 중형 세단인 ‘포드 퓨전’은 FTA 할인 200만원을 합쳐 총 600만원을 할인, 차값이 3570만원에서 2970만원으로 내려간다. 포드 관계자는 “내년 1월 협정 발효 이후 조정될 가격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내년에는 판매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는 5980만원짜리 대형 세단 ‘300C’를 200만원 할인해주고 SUV 전문 브랜드인 지프도 ‘랭글러’(4790만~5090만원)와 ‘그랜드체로키’(6390만~6590만원) 등을 100만원 깎아준다. 일본 업체들은 도요타의 ‘시에나’, 닛산의 ‘알티마’, 스바루의 ‘레거시’와 ‘아웃백’ 등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을 수입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10월 시에나 출시 당시 한·미 FTA를 염두에 두고 가격을 최대 500만원 낮춰 책정했다. 스바루는 이달 한 달간 레거시의 가격을 최대 550만원 깎아준다.

◆미국에서 첫 100만대 돌파 현대·기아차의 할인공세는 국내 시장에서 두 달 연속 판매가 줄어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줄었으며 감소폭이 지난달의 6.0%보다 컸다. 기아차도 지난달 11.4%나 하락했다.

미국에선 현대·기아차 판매대수가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11월까지 현대차 59만4926대,기아차 44만2102대 등 모두 103만7028대를 팔았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현대차의 베스트셀러인 쏘나타로 올해 20만8621대가 팔려나갔다.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가 17만3336대, 기아의 소렌토가 11만9572대로 뒤를 이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