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새 무슨 일이…새내기株 잔혹사

상장하면 곤두박질

7개 종목 공모가 밑돌아
에스에프, 상장 이틀 만에 주가부양 위해 자사주 취득

공모주 인기로 '거품' 형성…되레 가격 매력 떨어뜨려
투자 열기로 달아올랐던 공모주시장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새내기주가 속출하고 있다. 주가 관리를 위해 공모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모가가 높게 형성돼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날부터 공모가 밑으로 하락공모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달 하순부터다. 지난 11월2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신진에스엠은 공모가(1만5000원)와 같은 수준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10.67% 하락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것은 9월27일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찍은 직후 상장한 피앤이솔루션 이후 처음이다.

시초가부터 공모가가 무너진 종목도 나왔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2일 각각 상장한 에스에프씨와 티브이로직 넥스트리밍은 줄줄이 공모가 대비 약 10% 하락한 수준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된 것은 6월 상장한 하이마트 이후 처음이다.

공모주 투자자 상당수가 상장 첫날 수익을 확정짓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공모주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높은 공모가가 걸림돌 부상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공모주 시장은 ‘묻지마 투자’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하반기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5개 공모주 중 첫날 공모가를 밑돈 것은 피엔이솔루션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4개 공모주는 첫날 대부분 큰 수익을 냈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 신흥기계 아이디씨 삼원강재 등은 첫날에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불과 열흘 사이에 공모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은 공모가에 다시 ‘거품’이 끼고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공모주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공모가는 회사의 희망 공모가 상단에서 결정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한준욱 신한금융투자 이사는 “한국거래소가 애써 공모가 밴드를 낮춰놓았으나 공모주 인기가 좋아서 밴드 위에서 결정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공모자금으로 자사주 매입도

일부 새내기주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서고 있다. 에스에프씨는 지난 1일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상장 이틀 만의 일이다. 상장으로 공모자금 220억원을 조달해놓고 그 중 14%가량을 주가 부양에 사용하는 셈이다. 에스에프씨 주가는 상장 첫날부터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사흘 만에 공모가 대비 30% 넘게 급락했다.

신진에스엠 케이맥 등도 비슷한 이유로 각각 15억원과 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테크윙은 자사주 취득도 모자라 주당 2주씩 무상으로 나눠주는 무상증자까지 진행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