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단일 재무부' 만들자"…재정통합 급부상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해결할 긴급 화두로 ‘재정통합’ 이 부상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남부 항구도시 툴롱에서 가진 연설에서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통합에 실패하면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정통합을 논의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실행 준비에 들어갈 때”라고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재정통합이 이뤄져야 ECB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오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재정통합 방안 등을 논의한다.

◆ 메르켈 · 사르코지 5일 정상회의…왜 재정통합인가재정통합이 위기 해법의 화두로 부상하는 이유는 재정위기를 해결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ECB가 국채를 조금씩 사주거나 4400억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만 가지고선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재정위기 국가들을 유로존에서 내쫓자니 독일과 프랑스 등의 정치·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이에 따라 유로존 전체의 재정을 엄격하게 통합 관리해 재정위기 국가의 방만한 씀씀이를 손보고 빚을 줄이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유럽 재무부’를 만들어 각국의 재정을 통제하고 일관된 정책을 펴자는 것. 실제 마스트리히트조약과 리스본조약 등 유럽통합 조약에선 각국이 재정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처럼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 국가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하면서 재정위기가 불거졌다. 유로존 재정이 통합되면 ECB의 지원을 받은 국가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줄어들어 ECB가 유로존 국채 시장에 보다 강도 높게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경제주권 얽힌 고차방정식…합의 '산 넘어 산'재정통합이 유럽 위기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유로존 내 강경파인 독일은 연내 리스본조약을 일부 개정해 유로존 각국의 재정 감시를 강화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은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이들 재정위기국은 독일이 요구하는 수준의 재정건전화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고, 큰 희생이 따를 ‘재정 건전화’를 반기지도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는 재정통합까지 이뤄질 경우 유로존 각국이 경제주권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침략을 받았던 유럽 국가들은 독일에 경제주권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유럽이 재정통합의 모델로 삼고 있는 연방제국가 미국과 달리 유럽 각국이 언어, 역사,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크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 독일·프랑스, 통합수준 '동상이몽'

로이터통신은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일부 회원국만 우선적으로 재정통합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실적으로 연내 유럽조약을 개정하기로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행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원하는 재정통합의 수위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프랑스는 국가 간에 재정상태를 상호 감독하는 ‘약한 수준’의 재정통합을 원하는 반면 독일은 EU집행위원회에 공동 재무부 역할을 부여해 회원국의 재정을 감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동욱/장성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