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전 제왕'이었던 TV, 이젠 스마트폰에 밀려 퇴물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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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내렸지만 판매량 85% 뚝…양판점 TV코너도 2층으로 밀려일본 최대 가전양판점 ‘빅카메라’의 도쿄 유라쿠초(有樂町) 매장. ‘상점의 얼굴’ 역할을 하던 1층의 평면TV 판매코너가 2층으로 올라갔다. 대신 그 자리엔 요즘 뜨고 있는 스마트폰 코너가 설치됐다. 일본 가전시장에서 TV는 이처럼 찬밥 신세가 됐다. 한때 ‘TV왕국’이라 불렸던 일본의 위상도 따라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본 정보기술(IT) 관련 정보 사이트인 BCN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내수시장에서 평면TV 판매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5% 감소했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반짝 특수를 누렸던 지난 7월 이후 줄곧 내림세다. TV 판매가격이 작년에 비해 30%가량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내년 일본 TV 시장 규모가 작년에 비해 55% 줄어 1조엔 안팎에 머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비교적 고가 가전제품인 TV 수요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TV 판매에 의존하던 가전 양판점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일본에서는 가전제품의 60~70%가량이 가전양판점을 통해 판매된다. 일본 2위 가전매장 체인인 ‘에디온’은 내년에 대졸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기로 했다. 4위인 ‘요도바시카메라’는 삿포로역에 매장을 신설하려던 계획을 접었고 중견업체인 베스트전기는 올해 300명의 명예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