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바둑사랑'…大舟배 이어 영화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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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TM마린 대표, 국내 첫 바둑영화 제작 5억 쾌척“느긋하게 인생을 회상하면서 즐기는 데 바둑만큼 좋은 게임은 없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통해 젊은이들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바둑영화 후원을 하게 됐습니다.”
부산 재송동에 있는 TM마린 김대욱 대표(54·사진)가 최근 국내 첫 바둑영화 ‘끝내기(가칭)’ 후원자로 나섰다. 한국 바둑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5억원의 영화 제작 후원금을 쾌척했다. 바둑소설가인 조세래 씨가 이 영화를 감독, 제작한다.“지난해 말 조 작가가 회사를 방문해 영화 시나리오를 보여줬습니다. 바둑영화 한번 해보자고요. 조 작가가 쓴 ‘역수’라는 바둑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도 바둑인들이 인생역경을 이겨내면서 꿈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인데 좋았고요.”
그는 “영화만큼 바둑을 알리는 데 효과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 데다 국내 첫 바둑영화라는 말을 듣고 바로 후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최근 촬영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의 바둑 인연은 서울대 조선공학과 3학년일 때부터 시작됐다. “학교에서 취미 삼아 바둑을 시작했죠. 한국기원에 놀러다니면서 양상국 9단 등 프로기사들과 친해졌습니다. 서울 도남동 자취집에 때마침 이기섭 7단도 같이 있었던 덕택에 바둑에 푹 빠져들게 됐지요.” 아마 5단의 실력을 갖춘 그는 “바둑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배웠고 사업상 의사결정을 할 때도 도움이 돼 보답 차원에서 후원했다”며 “앞으로 회사를 더 알차게 운영해 돈을 많이 벌어 바둑 관련 후원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바둑 사랑은 영화 후원뿐만 아니다. 지난해 노장 기사들과 뜻을 합쳐 추억의 승부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니어대회를 창설했다. 김 대표가 5500만원의 후원금을 쾌적해 만 50세 이상 프로기사들이 참가하는 ‘대주(大舟)배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을 신설한 것. 최근 제2회 대회를 마쳤다.
대주배는 김 대표와 양상국 9단, 이기섭 7단 등 프로기사들이 의기투합해 탄생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들은 지난해 초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 얘기를 나누다 나이 든 기사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시니어대회’를 만들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대표가 돈을 대고 프로들은 대회 내용을 구상했다. 대회 이름은 양 9단이 김 대표에게 지어준 호에서 따왔다. 배처럼 인생을 개척하며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부산바둑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직원 6명과 함께 유럽산 선박용 펌프 등 선박용기자재를 조선소에 판매하는 국내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 1980년 대학을 나온 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을 거쳐 1990년 창업했다. 김 대표는 2009년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조선해양대전에서 덴마크 여왕의 부군인 헨드릭 공이 수여하는 ‘명예의 메달’과 덴마크수출협회가 증정하는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