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ㆍ대선 '5조원 돈싸움'

선거의 경제학

홍보·인쇄 특수…세금지원 눈덩이
"풀린 선거자금으로 경기 진작 효과는 제한적"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20년 만에 동시에 치러지는 내년에 5조원가량의 돈이 풀릴 전망이다.

홍보물 제작, 경선, 선거사무실 임차, 정부의 선거 관리 지원 예산을 비롯한 공식 비용만 해도 2조원가량 들지만 비공식 비용까지 합치면 5조원 정도는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보 인쇄 광고 등 선거 관련 업종은 반짝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총선, 지방선거와 재·보선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치러지면서 엄청난 혈세 낭비와 함께 심각한 국론 분열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내년 4월11일 실시하는 19대 총선 때 243개 지역구(선거구 조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 있음)에서 후보자 한 명이 쓸 수 있는 평균 선거비용 제한액은 1억92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18대보다 1인당 600만원(3.2%) 늘었다. 18대(1119명)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후보들이 쓸 수 있는 공식 선거비용은 모두 2148억원가량이다. 정당별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51억4100만원이다.

내년 12월19일 치러질 예정인 대선 때는 후보 1인당 쓸 수 있는 선거비용 제한액이 6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07년 17대 대선 때는 465억9300만원이었다. 16대 때보다 124억원(36.3%) 늘어난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17대 대선 당시 모두 6명이 출마해 1060억원을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내년 총선과 대선 관리 비용으로 4729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각 정당에 대한 선거보조금으로는 1113억원가량을 배정했다.

실제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당내 경선 비용과 사무소 임차료, 선거사무소 운영 등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굵직굵직한 항목은 선거비용 제한액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에는 선거운동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과 선거사무소 임차료 등은 선거비용 이외의 정치자금으로 규정돼 있다. 총선 예비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 이전에 사무실을 운영한다면 이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8대 총선 때 경선에 참여했던 한 후보는 “경선을 치르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만 3억원 이상 들었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의 경선 비용과 사무실 운영비 등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양대 선거의 공식 비용만 2조원가량에 달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각 후보 캠프나 지지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쓰는 돈도 상당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펴낸 회고록에서 1987년 대선 때 선관위 신고 금액 130억원 외에 비공식적으로 2000억원을 더 썼다고 했다. 화폐 구매력 기준으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500억원에 해당한다. 1992년 대선 때 김영삼(YS) 후보에게 3000억원을 지원했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회고다. YS 진영에 몸 담았던 김종필 전 총리는 “대선 자금 규모를 알면 국민들이 기겁을 할 것”이라고 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113억원의 불법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한나라당은 당시 기업들로부터 823억원을 받았다.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당시 검찰의 대선 자금 수사로 그 이후 선거에서 법정 선거비용 외에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통상 선거 때 공식 비용의 두세 배 이상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양대 선거로 5조원가량이 풀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인쇄, 정치 컨설팅, 홍보 업종은 반짝 특수를 노릴 수 있지만 선거 자금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물가에 부담을 주거나 소비 경기를 진작시키는 등의 경기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홍영식/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