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株 1~2분기, 해운株 3분기 … 업종 성수기 이용하자

조영욱의 리듬을 타는 주식투자 사이클 매매 (2)
항상 성장만 하는 산업은 없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을 뿐이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도 마찬가지다. 연말 쇼핑시즌 시작을 의미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연중 최고의 성수기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집중되며 주가가 오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에선 ‘여름에 (주식을) 사서 겨울에 팔라’는 격언도 나온다. 비수기에 매입해 쇼핑시즌에 처분하면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파는 일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도 오랜 기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차츰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최대 명절 춘절(春節)을 전후한 1~2월이 전통적인 성수기다. 국내 시장의 성수기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연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로 길어지는 추세다. 우리 시장에선 ‘가을에 사서 연초에 팔라’는 얘기가 더 어울리는 셈이다.산업별로는 소비 주체가 미국이냐 중국이냐에 따라 사이클이 갈린다. 예를 들어 중국과 연계성이 높은 화학주의 경우 중국과 같은 1~2분기가 최고 성수기다. 같은 산업이라도 제품 구성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철강주의 경우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포스코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에 조선산업과 연관성이 깊은 동국제강은 3분기가 성수기다. 현대제철은 2, 4분기가 좋다. 중국의 긴축 완화를 노려 주식을 산다면, 현 시점에서 화학주가 좋고 철강주 중에서는 현대제철이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운주는 최근 업황이 좋지 않아 투자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컨테이너 업황이 7~9월에 성수기를 맞는다는 점은 유념해둘 필요가 있다. 내년 업황 개선 시점에 맞춰 잘 활용한다면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클을 활용한 매매는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성수기 도래에 따른 실적개선이 주가하락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정 재료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모든 업황에 대한 사이클과 매매방법을 다 이해하고 기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IT, 정유, 화학,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사이클을 암기해둬야 한다. 기술적 분석을 하는 사람이 이동평균선을 모르고 투자에 나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흐름을 이해하고 암기하면 투자의 가장 큰 적인 뇌동매매(雷同賣買)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도주만 좇아 다니며 매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간단한 투자 사이클은 꼭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