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자금 대방출'…ECB도 금리 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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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PMI 28개월래 최저…물가잡기보다 '경기 부양'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8일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영국 BBC방송은 11월 유로존(유로존 사용 17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4를 기록, 2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2일 보도했다. PMI가 50을 넘어서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50을 밑돌면 수축 국면에 있다는 의미다. 유로존 PMI는 4개월 연속 하락했다.BBC는 “독일의 제조업 생산량이 최근 2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제조업 경기도 200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 실업률은 지난 9월 10.2%에서 10월 10.3%로 상승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도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HSBC가 집계하는 중국의 11월 제조업 PMI는 47.7로 3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도 더 이상 유럽발 위기를 비껴갈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한 칼을 빼들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1.5%에서 연 11.0%로 0.5%포인트 낮췄다. 브라질은 지난 8월 2년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데 이어 10월에도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중국 인민은행은 5일부터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한다. 중국이 지준율을 낮추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준율은 시중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자산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로, 지준율을 인하하면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앞으로 2개월간 2조2000억위안의 자금을 방출해 경기 부양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달 12조1000억엔 규모의 3차 추경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조만간 2조엔 규모의 4차 추경예산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ECB도 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11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3.0%로 ECB의 목표치(2.0%)를 웃돌았지만 침체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워드 아처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PMI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EC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ECB가 금리를 연 1.25%에서 연 1.00%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늘리고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유럽과 미국이 재정위기를 겪는 것도 2008년 금융위기 때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정부가 과도하게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물가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