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혁신도시 땅, 중견 건설사가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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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호반·중흥·EG 택지 매입 각축부영 호반건설 중흥주택 EG건설 등 중견 주택업체들이 지방 아파트 용지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 혁신도시 택지지구 등에서 공급되는 땅을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을 통해 공격적으로 확보 중이다. 이들 중견 업체는 지방 분양시장 열기를 겨냥,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견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줄이고 브랜드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형 건설사보다 분양가를 낮추거나 다양한 평면을 선보였다”며 “내년에도 지방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 주도할 듯
◆중견 건설사, 공격적 매수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1조원대의 주택 용지를 사들인 부영은 하반기에도 광주전남혁신도시 2필지, 양산 물금지구 2필지, 경북혁신도시 1필지, 익산 배산지구 1필지, 여수 죽림지구 1필지 등 7필지를 매입했다.
호반건설도 하반기 들어 8필지를 사들였다. 세종시 3필지, 포항 장량지구 2필지, 광주 첨단2지구 2필지, 울산 혁신도시 1필지 등이다. EG건설은 4분기 들어 주택 용지 매입에 공격적이다. 지난 10월 광주 선운지구에서 3필지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달 세종시에서 2필지를 확보했다. 중흥주택도 올 들어 꾸준히 아파트 용지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광주전남기업도시 1필지, 세종시 3필지, 광주첨단2지구 1필지 등 5필지를 매입했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호남에 사업 기반을 둔 주택전문 건설업체라는 점이다. 호반건설 중흥주택 EG건설 등은 광주광역시에서 사업 토대를 닦은 업체다. 임대주택 업체로 자리매김한 부영은 전남 순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세종시·혁신도시 활성화 기여
이들 업체는 민간택지 매입에도 적극 나서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성북동 신항만 배후부지를 둘러싼 부영과 EG건설의 감정 싸움이다. 충남 공주 신관동 민간택지를 사들인 EG건설은 부산 신항만 주거용지 8블록 내 7필지를 매입하려고 지난 9월 초 부산시도시개발공사에 계약금을 입금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부영은 7필지를 모두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10블록만 남겨놓고 6필지를 계약했다.
이들의 공격적인 매입에 힘입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올해 아파트 용지 매각 규모는 90필지, 3조6000억여원어치로 늘어났다. ◆내년에도 지방 분양물량 ‘봇물’
아파트 용지 매입 업체들은 지방 분양시장 열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공급절차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중견 주택업체들을 제치고 부영 호반건설 등이 신흥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인 D사 관계자는 “지방 시장이 지금은 호황이지만 지역별로 꺾이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업 성패는 입주 때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중견 업체들의 잇따른 공급으로 실수요자들은 다양한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 업체에 비해 분양가, 커뮤니티시설, 단지 조경, 평면 등에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김진수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