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파인비치 공포의 파3홀

한양수자인·광주銀 올스타전
김하늘 왕중왕 우승컵

비치코스 6번홀, 톱프로도 드라이버 티샷…이틀간 버디 '제로'
거리 170m…맞바람 까지, 4클럽 이상 더 봐야
‘프로들도 드라이버로 치는 공포의 파3홀을 아시나요?’ 국내 여자프로골프 올 시즌 챔피언 8명이 출전한 36홀 이벤트 대회 ‘한양수자인·광주은행 올스타 왕중왕전’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4일 대회장인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의 15번홀(파3·비치코스 6번홀)에서 출전 선수 전원이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

이 홀은 바닷가 바로 옆에 들어서 있으며 페어웨이 중간에 있는 바다를 가로질러 쳐야 한다. 거리는 180m지만 심한 맞바람이 분다. 이 홀에서 전날 8명 가운데 조영란(24)을 빼고 7명이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고 이날에는 8명 전원이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김하늘은 “파3홀에서 드라이버로 쳐본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 어려워서 보기하겠다는 마음으로 쳤다”고 말했다. 첫날 유일하게 3번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을 한 조영란의 볼은 그린 왼쪽 벙커 앞에 떨어졌다. 조영란은 “200m를 보고 낮은 탄도로 쳤다. 이 홀은 바람이 안 불더라도 5번 우드로 티샷을 해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프로대회 코스를 셋업할 때 아무리 길어도 드라이버를 잡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 홀도 거리상으로는 우드로 티샷이 가능하지만 바람 때문에 드라이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 출전자 가운데 최장타자인 정연주(19)는 “지난해 시드전을 앞두고 무안CC에서 연습라운드를 할 때 파3홀에서 드라이버로 쳐본 적이 있지만 공식 대회에서 파3홀 드라이버 티샷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연주의 캐디는 “그린에지까지 거리는 170m 정도였으나 내리막을 감안해 165m 정도 됐다. 그러나 맞바람이 강하게 불어 네 클럽 이상 더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드라이버를 빼든 프로들의 스코어는 역시 저조했다. 버디는 단 1개도 나오지 않았다. 첫날 8명 가운데 4명이 보기를 범했다. 이날에는 2명만이 파를 기록했고 6명이 보기 이상을 쳤다. 티샷 방향도 들쭉날쭉했다. 그린 좌우 벙커로 볼이 빠지면서 파를 하기에 급급했다.

최대의 희생양은 정연주였다. 장타자인 정연주의 드라이버샷은 우측 바다로 향하고 말았다. 1벌타를 받고 세 번째 친 티샷은 그린을 오버했고 ‘4온2퍼트’로 트리플보기를 했다. 정연주는 이 홀에서 3오버파를 쳤지만 이번 대회에 적용된 ‘더블핀-더블스코어’ 방식에 따라 6오버파가 됐다. 이 방식은 그린에 어렵고 쉬운 두 개의 핀을 꽂아 어려운 핀에서 버디를 잡으면 이글로, 보기를 하면 더블보기로 인정한다.

15번홀에서는 티샷이 어려워 모두 쉬운 핀을 선택했지만 정연주만 어려운 핀을 택하면서 트리플보기가 섹스투플보기가 됐다. 조영란도 트리플보기를 했으나 어려운 핀을 택하지 않아 더 이상의 스코어 몰락을 막았다. 15~18번홀 4개홀에서 실시된 ‘더블핀-더블스코어’ 방식으로 덕을 본 경우는 별로 없었다. 18번홀에서 어려운 핀을 택한 조영란과 정연주가 각각 버디를 기록해 2타를 줄였다. 김하늘(23)은 2라운드 합계 1오버파 145타로 2위 김혜윤(22)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해남=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