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아共 희토류 年6000t 확보…'中 입김'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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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자원 없이 경제대국 없다 - 南아프리카 현지 취재한국이 희토류(稀土類) 확보전쟁에 뛰어들었다. 광물자원공사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중국에 맞서 자체적으로 자원을 개발, 국내에 필요한 희토류를 직접 확보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잔드콥스드리프트 광산 지분 10% 인수
국내 수요 2배 물량…총 매장량은 3900만t
◆희토류 6000t 확보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1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캐나다의 프런티어 레어 어스와 잔드콥스드리프트 희토류 프로젝트 지분 1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3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잔드콥스드리프트 광산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부의 나마콰란드 지역에 있다. 희토류 매장량이 3900만t에 달하는 대형 광산이다. 2016년부터 연간 2만t의 희토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은 이번 계약으로 국내 수요량의 2배에 해당하는 연간 6000t의 희토류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이날 계약식에는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GS칼텍스 대우조선해양E&R 아주산업 등 5개 국내기업도 광물공사와 사업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으로의 가격변동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자원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중국에 휘둘리는 희토류 시장광물자원공사가 아프리카 희토류 광산 지분을 직접 매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지배자 지위를 차지한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중국은 지난해 수출 쿼터를 전년 대비 40%로 축소한 데 이어 올해부터 일부 희토류에 대해 수출관세도 인상했다. 지난 7월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국 정부를 제소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의 원자재 수출 제한이 WTO 규정을 위배한 것으로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희토류와 같은 희귀광물은 수급이 깨지는 순간 가격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한다”며 “가격도 문제지만 핵심 광물자원의 대외의존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주요 수출품의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라늄 공동탐사도 추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민텍(MINTEK)은 아프리카 최대 광물 연구소다. 희토류와 플래티늄 등 희유금속의 선광과 제련 분야에서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도 중국의 공세를 견디지 못해 1980년대 희토류 생산은 물론 자체 연구마저 중단한 경험이 있다. 중국이 싼값에 희토류를 전 세계에 쏟아내면서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져 남아공의 희토류 광산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광물공사는 민텍과 제휴해 아프리카에서 제련소까지 건설, 희토류생산과 가공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중국의 자원무기화 정책에 따른 수출 통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광물공사는 또 탄자니아 므쿠즈지역의 우라늄 공동탐사를 위한 기본계약을 탐사권 보유업체인 호주 이스트아프리카리소시스와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므쿠즈 지역은 탄자니아 최대 우라늄 부존지역인 카루 분지 내에 있어 개발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희토류
원소 주기율표에서 란탄계열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을 포함하는 17개의 원소. 합금재, 촉매제, 형광재(PDP·램프), 영구자석, 광디스크 등 산업재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광물이다.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나 풍력발전기 제작을 위한 모터,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에도 쓰인다.
요하네스버그=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