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생활 속'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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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나가사끼 짬뽕 매진 보고 삼양식품 매수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장보기를 즐긴다. 가정적인 가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아내의 장바구니를 보고 투자 힌트를 얻는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무엇이 잘 팔리는지를 보면 실속 있는 기업이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아들을 보고 일찌감치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 8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숨은 진주’를 발굴해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자들도 있다. S투자자문사는 압축프로그램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를 2만원 밑에서 사들여 재미를 봤다. 주가는 10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91.7% 상승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스트소프트가 8월 오픈한 ‘줌’이라는 포털사이트 때문에 매입하게 됐다”며 “우연히 사용해봤는데 네이버나 다음보다 편리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요즘 지하철을 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모바일 게임주가 앞으로 뜰 것 같다”고 분석했다.13년 동안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2700%의 누적 수익률을 올린 미국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는 ‘생활 속의 발견’이란 투자법으로도 유명하다. ‘던킨 도너츠’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그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사람들이 도넛을 사먹기 위해 줄을 길게 선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실생활 속에서 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제도권 전문가들만의 노하우는 아니다. 인터넷 주식커뮤니티에는 “슈퍼에 갈 때마다 나가사끼짬뽕이 다 팔린 것을 보고 삼양식품을 매수했는데 대박 났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삼양식품 주가는 11월 이후 42.4% 상승했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각각 33.0%, 148.8%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중·고생들이 노스페이스 점퍼를 제2의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영원무역을 매입했다는 투자자도 있다. 전 세계 노스페이스 제품의 40%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영원무역은 올 들어 187.2% 올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