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랜드마크빌딩…국산 유리 찾기 힘드네

한국유리 등 제품 품질 떨어져
"반덤핑관세 장벽에 안주" 지적
국산 판유리가 최근 신축되는 랜드마크급 대형빌딩의 외장재 경쟁에서 찬밥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서울시청, 송도 동북아무역센터, 서울 미래에셋 본사 등 최근 신축 중이거나 완공된 대형 빌딩의 외벽 유리가 외산 일색인 탓이다. 국내 유리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한국유리와 KCC 제품이 품질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신축 중이거나 준공한 서울시청, 송도 동북아무역센터, 동국제강 사옥, 삼화인쇄 사옥, 미래에셋 사옥, 서교자이 등 6개 랜드마크급 빌딩의 외벽용 유리는 국산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청 동국제강 삼화인쇄 등의 건물은 미국 PPG, 동북아무역센터와 미래에셋 건물은 중국 SYP 제품을 채택했다. 주상복합건물인 서교자이와 SK케미칼 판교연구소 건물 외벽유리는 미국 가디언 제품을 썼다.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과 SK텔레콤 본사 건물의 외벽 유리는 미국 비라콘 제품이다.

대형빌딩 시공사들이 가격이 비싼 외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국산제품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품 색상도 국산에 비해 외산이 3배 이상 다양한 것도 외산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제품을 쓰면 건축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너지 절감효과를 감안하면 10년 내에 비용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한국유리 등 국내 유리생산업체들이 반덤핑관세 장벽에 안주하면서 기술개발에 소홀했던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2007년 10월 중국산 판유리에 대해 12.04~36.0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이를 3년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유리생산업체들이 건축용 판유리 생산규모를 2007년 102만t에서 지난해 77만t으로 줄여 가격조절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유리는 올해 또는 내년 초 유리 용광로 수리로 생산량을 더욱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건축업계와 가공업계 등으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유리가 과거에는 품질이 뒤떨어졌으나 최근에는 국산에 비해 품질이 더 좋다”며 “관세장벽이 결국 중국산과 미국산 유럽산 등에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