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생 年 18만명→29만명…'좋은 일자리' 는 공무원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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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1)최악의 취업난기성세대에 대학 시절은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된다. 기회와 도전의 꿈이 넘실대던 파도였다. 고민과 방황마저 낭만적인 통과의례로 치부됐다.
한경의 진단&제언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의 자아에는 금아 피천득 선생이 노래했던 ‘청춘예찬’ 속의 ‘끓는 피’ ‘이상(理想)의 꽃’을 쉽게 들여다볼 수가 없다. 많은 젊은이들이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리매김은 오로지 진학과 취업으로 결정될 뿐이라는 현실적 사고에 매몰돼 있다. 이념 간, 계층 간 갈등의 심화는 비이성적인 구호 및 슬로건과 맞물려 가치관의 혼란마저 야기하고 있다.◆공무원 일자리만 늘어
실제 매년 수십만명씩 배출되는 대학졸업자들에 비해 그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하고 좋은 스펙을 갖추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큰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비교적 임금 수준이 높고 처우가 좋은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과 금융사, 안정적인 공공 부문 등 3개 영역을 기준으로 연도별 일자리 수를 비교해봤다. 양질의 일자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 312만3000개에서 2005년 324만6000개, 2008년 372만4000개로 증가하더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9년에는 405만7000개로 늘어났다. 특히 2009년에는 대기업 일자리가 240만1000개로 전년(208만9000개)에 비해 30만개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세는 1995년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1995년 좋은 일자리 수는 412만7000개로 2009년보다 7만개 많았다. 공무원만 90만5000개에서 97만개로 늘었을 뿐이고 대기업은 11만개, 금융업은 2만5000개 각각 감소했다.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제조업의 해외 이전 가속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 매출은 3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돼 1995년(65조원)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총 고용인력은 15만명에서 21만명으로 40% 정도 늘어났을 뿐이다. 금융업의 감소세 역시 외환위기 이전 최고 직장으로 꼽혔던 종합금융사와 리스사들이 대거 무너지고 은행권의 통합이 가속화되는 등 구조조정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민소득(GNI)이 1995년 1만1432달러에서 2009년 1만7100달러로 50%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체감되는 일자리 수는 더 적게 느껴질 수 있다.
◆청년 취업률 58.6%이에 비해 대학 졸업생 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일반대학 졸업생은 1995년 18만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29만300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00년대 들어 매년 이 정도의 졸업생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대 졸업생도 1995년 14만3000명에서 올해는 18만8000명으로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업 재수생으로 전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올해 고등교육기관(일반대와 전문대 외에 교육대 기술대 등 포함) 졸업생 55만9000명 가운데 진학자 군입대자 등을 제외한 취업 대상자는 49만7000명인데 이 중 29만여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국교육개발원은 발표했다. 취업률 58.6%로 10명 중 6명 정도만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6.7%라고 발표했지만 취업 재수생들이 매년 누적되고 있어 체감실업률은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동 한국인재전략연구원장도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청년실업이 세대 간 갈등의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의 새로운 활력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청년 취업난 해소는 단선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기업 경쟁력 향상, 노동시장의 유연성, 교육시스템 개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소통구조에도 손질을 가해야 할 상황이다. 고학력자들의 눈높이를 낮춰 구인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과의 연결성을 높이고 도전적인 창업정신을 북돋우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0대까지 취업에 매달리다 보니 사회적인 시간과 비용 낭비가 엄청나다”며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또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진단과 제언’ 방식으로 청년들이 당면해 있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