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절망에서 구한 건 딱 하나 자유로운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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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1)최악의 취업난 - 그래도 우리는 뜨겁다 임현수 위인터랙티브 사장“컴퓨터와 인터넷은 삶을 포기할 뻔했던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다시 태어난 만큼 이제는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생후 6개월에 뇌성마비…1급 지체·언어장애자 돼
'왕따'에 좌절하던 중3 때 인터넷 만나 새세상 눈떠
홈피 제작으로 사업 첫발…창업경진대회 등 휩쓸어
"청년 취업난 공감하지만 시야 넓히면 기회도 많아"
임현수 위인터랙티브 사장(31)은 1급 지체·언어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인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힘겨웠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직원 11명을 거느린 벤처기업의 어엿한 최고경영자(CEO)다.◆인터넷에서 펄펄 날다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뇌성마비에 걸려 중증 장애인이 됐다.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장애 아동을 위한 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두뇌가 너무 좋다는 점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일반 학교로 옮겼지만 또 다른 괴로움이 찾아왔다. 세칭 ‘왕따’를 당한 것. “정말 처절하게 고립시키더군요.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삶을 포기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끝내기엔 제 인생이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나날이 이어지던 가운데 중학교 3학년 때 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1995년 국내에 막 도입되기 시작한 인터넷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임 사장은 일반인과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열 개의 손가락 중 한 개의 손가락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의욕을 찾으면서 학교 성적도 가파르게 올랐다.독학으로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터득한 그는 인터넷 세상에서 펄펄 날아다녔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홈페이지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열기에 이르렀다. “개인이 만든 사이트인데도 하루 5만여명이 접속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어요. 사이트가 유명해지다 보니 라이코스가 홈페이지 제작 관련 콘텐츠를 공급해 달라고 해서 졸지에 사업을 하게 됐죠.”
그의 이름이 인터넷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2000년엔 청와대와 제2건국위원회가 선정하는 신지식인으로도 뽑혔다. 막연하게 컴퓨터가 좋아서 몰두했던 그가 창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대학에 가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그였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대학에 진학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모바일 검색기술에 올인2001년 성균관대에 입학해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그는 2005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입사해 인터넷에 대한 실무를 배웠다. 각종 컴퓨터 경진대회와 벤처창업 경진대회를 휩쓸면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네 번이나 받았다. 2008년에는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발, 대상을 수상했다. “3년 전인데 그때 벌써 지금의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아이템으로 대회에 출전했어요. 사람들이 깜짝 놀랐죠.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걸로 창업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창업대회 대상으로 받은 상금 5000만원을 갖고 2009년 위인터랙티브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SNS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검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NS 세계의 명성과 평판을 기반으로 보다 신뢰도가 높은 분석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소셜검색 서비스의 이름은 ‘퀵플’. 응답이 빠르다는 뜻이다.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 웹 서비스로 내놓고 바로 이어 모바일 서비스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지체장애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임 사장은 요즘 취업 등의 문제로 힘겨워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산업에 대한 일자리는 줄었지만 새로운 산업도 많이 생겨나고 있고 여기서 파생된 새로운 기회도 많아지고 있어요. 크고 번듯한 회사에 취직하는 데만 목을 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시야로 세상을 보면 세상에는 할 일도 많고 기회도 많습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청년들이여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임 사장은 실제로 청년들의 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그는 “몸은 불편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에는 장애가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 왔다”며 “초기 창업자들을 위한 벤처캐피털을 만들고 단지 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