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정보 수집…美 '캐리어IQ 게이트'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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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IT 집중분석스마트폰에 내장된 정체불명의 소프트웨어 때문에 미국 사회가 떠들썩하다. 폰 사용내역을 추적해 이동통신사와 폰 메이커에 전송하는 소프트웨어가 스마트폰에 내장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송이 제기되고 의회가 해명을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언론에는 ‘캐리어IQ 게이트’니 ‘캐리어IQ 스캔들’이니 하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 "프라이버시 침해" AT&T·삼성·HTC 등 제소…국내 통신업계 "우린 무관"
캐리어IQ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회사 이름이자 제품 이름이다. 지난달 중순 코네티컷에 사는 트레보 엑카르트(26)라는 연구원이 자신의 안드로이드폰에 폰 사용내역을 추적·기록·전송하는 캐리어IQ라는 소프트웨어가 내장됐다고 밝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연구원은 캐리어IQ가 사용자 몰래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누른 버튼 △누른 폰 번호 △텍스트 메시지 △암호화된 검색 데이터 △감상한 동영상 △사용한 앱 △폰의 위치 등을 추적하고 기록한다는 것. 이런 데이터를 악용한다면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브러더’란 말까지 나왔다.
캐리어IQ 탑재 폰을 공급한 이통사는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등이고, 이런 폰을 공급한 메이커는 HTC 삼성 등이다. 아이폰에도 부분적으로 이 소프트웨어가 활용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통화품질 개선, 배터리 소모 억제 등을 위한 진단 소프트웨어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메이커들은 이통사가 요청해 탑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캐리어IQ는 지난 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 성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전송하며 이통사가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라고 주장했다. 통화가 왜 끊기는지, 배터리가 왜 빨리 소모되는지 등을 알아야 소비자 불만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고 그런 용도로만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것.하지만 소비자들은 사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사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이고 마음만 먹으면 악용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HTC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한 소비자는 1일 미주리 동부지방법원에 캐리어IQ와 HTC를 제소했고, 다른 4명의 사용자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캐리어IQ HTC 삼성 등을 제소했다.
캐리어IQ 사태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원의원 알 프랑켄은 최근 캐리어IQ 사장에게 편지를 보내 문제의 소프트웨어로 어떤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데이터로 무엇을 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캐리어IQ 사태는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 스마트폰 1억4000만대에 탑재됐다고 보도 됐다. 한국은 예외일까. 삼성은 “국내용에는 캐리어IQ를 탑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도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캐리어IQ가 1억4000만대의 폰에 깔렸고 국내 이통사가 메이커 측에 이 소프트웨어 탑재를 요청한 적이 있다는 소문도 있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파문이 확산되면서 미국에서는 안드로이드폰에 캐리어IQ가 탑재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앱(응용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모바일 보안회사 룩아웃랩스가 만든 ‘캐리어IQ 디텍터’라는 앱으로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려져 있다.
캐리어IQ를 옹호하는 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매체 매셔블에는 ‘캐리어IQ는 오해받고 있다’는 글이 실렸다. 그러나 ‘우체국이 편지를 복사해놓고 읽어보진 않았다고 해명하면 다냐?’는 컴퓨터월드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