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 16년前보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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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 (1) 최악의 취업난“죽을 때까지의 인생을 설계하라는 리포트 과제가 있는데 정말 막막합니다. 어떻게 써야 하나요.”
1995년 412만개 아직도 회복 못해…산업 고도화·제조업 해외이전 영향
어느 대학생이 포털 사이트 ‘네이트’에 올려 놓은 질문이다. 고민 많은 한국 청년들의 현주소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지금까지 대학생들로부터 1000통이 넘는 편지나 이메일을 받았다. 진로를 정하지 못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이다. 이런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기저에는 일자리 문제가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통계청의 ‘전국 사업체 조사’와 행정안전부 ‘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 △금융사 △공무원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 숫자는 1995년 412만7000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아직도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급감했던 2000년(312만3000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2008년과 2009년 각각 372만4000개와 405만7000개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도 2009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 , 제조업의 해외 이전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한 해 생긴 ‘좋은 일자리’는 17만개인 데 비해 취업 희망자는 5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좋은 일자리 숫자가 16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한국 청년들은 ‘좌절’ ‘방황’ ‘저항’으로 요약할 수 있는 세대적 특징을 갖게 됐다. 미래를 향한 설렘과 열정, 꿈과 도전이라는 전통적 ‘청년 정신’은 높은 실업률과 양극화 심화라는 강퍅한 현실 속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청년들은 ‘소통’과 ‘공감’을 앞세워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각종 ‘콘서트’를 찾아 실의와 울분을 토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청년들을 예전처럼 다시 진취성과 역동성이 맞물리는 궤도 위에 올려 놓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청년들의 앞날을 더 이상 감성적 공감이나 선동적 구호에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청년들 역시 저항과 분노 표출만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청춘의 본질은 불확실성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기에 불안과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을 대신해 어려움을 극복해줄 수 없다. 젊은이들에 대한 무상 복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스스로 공부하고 탐색해야 한다. 그리고 강해져야 한다. 청년들은 우리 모두의 유일한 자산이요, 미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욱진/조미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