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계최대 시장서 특허戰 승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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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디자인 특허 인정 어렵다" 애플 가처분 신청 기각삼성전자를 상대로 자신의 안방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펼쳤던 애플의 특허 공세가 무위에 그쳤다. 팽팽하던 특허 전쟁의 균형추도 일거에 삼성전자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디자인' 대부분 무효화…UI서도 7건 중 6건 승리
본안 소송 유리한 고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갤럭시S2 등과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내 판매를 중단하게 해달라는 애플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과거 다른 업체들이 제출한 디자인(의장) 특허가 있어 애플의 독창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도 삼성전자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측이 불리했던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월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의장 특허와 유저인터페이스(UI) 관련 특허를 무단으로 베껴서 사용했다며 이날 판결을 내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처음 소송을 제기했다.◆“애플 디자인 특허 독창성 입증 어렵다”
재판부는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의장 특허를 분석하면서 그 가운데 상당수가 독창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비슷한 디자인이 특허 신청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근거다.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 아이폰의 얇은 직사각형 판 모양의 외관과 앞면 가운데에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있고 그 위 아래에 각각 스피커와 원형 버튼이 탑재돼 있는 디자인으로 각각 의장 특허를 획득했다. 2007년 출원한 D’677 특허와 D’087 특허다. 이 가운데 D’087 특허는 스크린과 원형 버튼의 배치 방식에 대한 의장 특허다. 재판부는 D’677 특허에 대해서는 일본 샤프사가 2005년 출원한 의장 특허가 선행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D’087 특허는 애플의 독창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넓은 하단 부분이 분리돼 별도 버튼이 달린다는 점의 고유성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판매금지를 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태블릿PC의 경우 애플의 주장은 완전히 기각됐다. 루시 고 판사는 “‘태블릿’이라는 제품은 1994년 미국 나이트 라이더사가 미래 예측 영상물에서 이미 선보인 것”이라며 “애플은 자사 의장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삼성전자의 비판에 유효한 반론을 펼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의장 특허의 독창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며 “이 정도로 재판부가 지적했다면 향후 본안 소송에서 애플이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예 하단 버튼을 생략한 갤럭시 넥서스 등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UI 특허도 삼성 승리 애플은 UI 특허 1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판결을 이끌어냈다. ‘스크롤 백(되감기)’이라는 것으로 인터넷 웹사이트 등에서 화면을 끝까지 계속 내릴 경우 그 밑의 배경 화면이 드러나면서 되튕겨지는 화면 조작 방식이다.
고 판사는 하지만 “이로 인해 애플 측의 판매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공 이익에 큰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판매 금지 판결을 내릴 근거가 없다고 봤다. 업계는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애플 측이 당초 문제 삼은 UI 특허 7건 가운데 1건만이 유효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구글이 이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스크롤 백 UI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양측이 여러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허법은 각국별로 법률 구조가 유사해 한 국가에서 내린 판단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게다가 몇 달간 양측의 논거를 충분히 듣고 내린 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본안 소송에 준하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우리 측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해 준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애플 측은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